"우간다·잠비아서 정적 행적 추적하고 소셜미디어 통신 가로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기술자들이 우간다와 잠비아 정부가 정적(政敵)을 염탐하도록 도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 소속 기술자들은 휴대전화 데이터를 이용해 정적들의 행적을 추적하거나 암호화된 통신, 소셜미디어 통신 등을 가로챘다.
화웨이는 아프리카 통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정부가 디지털 사찰과 검열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보안 장비들을 판매해왔다.
WSJ은 "하지만 화웨이 직원들은 공개되지 않은 다른 서비스도 제공해왔다"고 보도했다.
WSJ은 화웨이 직원들과 함께 일한 우간다와 잠비아의 고위 보안 관리들을 인용해 화웨이 기술자들이 아프리카 국가에서 정부가 정적들을 염탐하도록 개인적으로 도운 2건의 사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우간다에서는 지난해 정보 관리들이 33년째 장기집권 중인 요웨리 무세베니(74) 대통령 정권에 대한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팝스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바비 와인이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에서 귀국해 선풍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간다의 사이버 사찰 부서에는 그의 암호화된 통신을 가로채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 부서는 수일에 걸쳐 이스라엘 업체가 개발한 스파이웨어로 와인의 왓츠앱과 스카이프에 침입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다 그들 사무실에서 일하는 화웨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부서 고위 관리는 "화웨이 기술자가 이틀간 일한 뒤 우리가 침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이 기술자는 이스라엘 스파이웨어를 이용해 와인의 왓츠앱 대화방에 들어갔고, 당국은 거리 집회를 조직하려던 그의 계획을 어그러뜨리는 한편 와인과 그 지지자들을 체포했다.
잠비아에서는 정부가 친(親)야당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블로거들의 전화와 페이스북 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화웨이 기술자들이 도왔다.
이들은 블로거들의 위치를 특정해 지목하고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배치된 경찰과 꾸준히 연락했다.
보이시주립대의 디지털 사찰 전문가 스티븐 펠드스타인은 "중요한 질문은 중국 기업들이 돈 때문에 이를 하느냐, 아니면 특정한 사찰 어젠다를 추구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례는 후자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WSJ은 다만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첩보 활동에 관여했다거나, 중국의 화웨이 임원이 이런 활동을 인지하거나 지시·승인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우리는) 해킹 활동에 관여한 일이 전혀 없다"며 "이런 근거 없고 부정확한 주장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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