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리 대통령, 연말까지 필수식품 부가세 한시 폐지하기로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에 패배한 후 연일 선심성 정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대선 예비선거 패배로 연임에 위기감을 느낀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겨냥한 '선심성' 경제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며 표심 돌리기에 나섰다.
마크리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오는 16일부터 올해 말까지 필수 식료품에 한해 21%의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에 따르면 부가세 폐지 품목은 빵, 우유, 식용유, 파스타 건면, 쌀, 밀가루, 설탕 등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식품들이다.
마크리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수백만 아르헨티나 국민의 주머니 사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이번 대선이 아르헨티나 국민의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계속 안정을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아르헨티나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은 100억 페소(약 2천100억원)가량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2015년 취임 직후 공공요금 인상 등 엄격한 긴축정책을 고수해 온 마크리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선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에 15% 이상의 격차로 패배하자 연이어 긴축 완화책을 내놨다.
전날엔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세 비과세 구간 확대, 유가 90일 동결, 각종 복지 보조금 확대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오랜 긴축정책과 그럼에도 이어진 경제위기로 돌아선 민심을 잡기 위한 것이다.
예비선거에서 마크리 대통령에 패배를 안긴 중도좌파 연합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으로, 그는 2007∼2015년 집권 당시 각종 복지 포퓰리즘 정책을 펴왔다.
좌파 후보가 예비선거에서 예상보다 큰 승리를 거둔 것은 마크리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과 더불어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시절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향수도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비선거 결과를 뼈아프게 받아들인 마크리 대통령은 오는 10월 대선까지 좌파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긴축 기조를 잠시 버리고 지갑을 열어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공략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예비선거 직후의 주식 폭락과 환율 급등에 따른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해 더 이상의 표심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은 예비선거 직후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으로 이날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달러당 57.25페소로 거래를 마쳐 전날 60.08페소보다 가치가 4.7%가량 상승했다.
나흘 만에 간신히 반등엔 성공했지만 선거 직전 달러당 45.31페소였던 것과 비교하면 선거 이후 페소화 가치는 4분의 1가량 줄었다.
선거 직후 하루에 38% 폭락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 메르발 지수도 이날 3.7% 상승했다.
페소화 가치가 반등한 데엔 마크리 대통령과 페르난데스 후보의 시장 진정 노력과 더불어 중앙은행의 환율 방어 조치가 작용했다.
연일 달러를 매각하며 환율을 방어했던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민간은행의 달러 매각을 유도하기 위해 오는 20일부터 은행들이 전체 자산의 5%가 넘는 외화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이미 달러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이 금융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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