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또 역대 최저 일제히 경신…3년물 연 1.095%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가 불거진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16일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차가 11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4bp(1bp=0.01%) 내린 연 1.095%에 마감했다.
이로써 3년물 금리는 처음으로 연 1.0%대에 진입하며 사상 최저치를 새로 썼다.
10년물도 5.9bp 내려 연 1.172%에 장을 마치면서 역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다른 장·단기물도 모두 내리면서 역시 지난 13∼14일 각각 세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1년물과 5년물은 각각 4.4bp, 5.5bp 하락해 연 1.125%와 연 1.127%로 마감했다.
20년물, 30년물, 50년물은 각각 6.4bp, 6.0bp, 6.1bp 내려 연 1.150%, 1.142%, 1.141%로 거래를 끝냈다.
특히 3년물과 10년물 금리차는 불과 7.7bp로 좁혀져 2008년 8월 12일(6.0bp) 이후 최저 수준이 됐다.
통상 채권금리는 단기물보다 장기물이 더 높지만 투자자들이 향후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볼 때는 장단기 금리차가 줄고 심한 경우에는 역전 현상도 일어난다. 이에 따라 장단기 금리차 축소나 금리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도 여겨진다.
앞서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14일(현지시간) 10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연 1.619%까지 떨어지면서 2년물 금리(연 1.628%)를 밑돌았다. 이에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3.0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2.93%), 나스닥 지수(-3.02%)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마침 광복절로 휴장을 맞았던 한국 증시는 충격파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여진까지 피하지는 못했다.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20포인트(0.58%) 내린 1,927.17로, 코스닥지수는 5.58포인트(0.93%) 내린 591.57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물과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의 금리 격차는 중요한 경기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미국 시장에서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뒤집힌 것은 2007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장단기 금리 역전 후 1년여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촉발한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장단기 금리 역전과 금리 하락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현상은 미중 무역분쟁이 관세 영역에서 환율 및 정치 분야로 번지며 장기화 우려가 확산한 영향이 크다"며 "더불어 중국의 7월 실물경기 지표 부진과 독일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성장도 위험 회피 심리를 더욱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006800]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이 금융시장 변동성을 자극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일본과 무역갈등이 전산업 부진으로 확장될지에 대한 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역전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이른바 'R'에 대한 공포가 상당 기간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의 신호임은 부정할 수 없으나 이번 금리 역전에는 과거와 다른 변수들이 있다"며 "이번 금리 역전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장단기 금리차가 과거와 비교해 인위적으로 좁혀졌을 가능성이 크며,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시점도 종전 사례보다 더 늦춰질 수 있다"며 "각국 정부의 공공 투자를 중심으로 민간 투자 모멘텀이 살아난다면 경기 확장 사이클의 연장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다봤다.
ric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