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 미군 입지 강화·알래스카 방식 '잭팟' 노리는 듯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사업가 출신으로 이재에 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의 섬인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린란드를 미국이 매입하는 방안에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관심을 표명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익명의 측근들을 인용해 트럼프가 백악관 참모들에게 그린란드 매입 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측근들은 트럼프가 몇 차례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그린란드를 사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질문하고, 그린란드에 매장된 자원과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해 경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도는 다음 달 초로 예정된 트럼프의 덴마크 방문을 앞두고 나온 것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위치한 덴마크의 자치령 그린란드는 약 210만㎢의 면적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의 섬이다. 인구는 약 5만6천 명이다.
18세기 초반 덴마크 영토로 편입된 그린란드는 주민투표를 통해 2009년부터 자치권 확대를 달성했지만, 외교와 국방, 통화 정책 등은 여전히 덴마크에 의존한다.
덴마크는 매년 그린란드 전체 세입의 절반을 웃도는 5억6천만 달러(약 6천800억원)의 예산을 그린란드에 지원한다.
전·현직 백악관 관리들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고 싶어하는 것은 북극해에서의 미군의 입지를 강화하거나, 알래스카 방식의 유산을 남기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의 가장 큰 주인 알래스카는 1867년 윌리엄 수어드 국무장관이 러시아 제국과 맺은 조약에 의해 불과 720만 달러의 헐값에 미국에 양도됐다.
매입 당시 미국 내에서는 쓸모없는 얼음덩어리를 샀다는 비난이 쏟아졌으나, 알래스카에서 금과 원유 등 천연자원이 속속 발견되면서 헐값에 영토를 판 러시아는 땅을 쳐야 했다.
백악관 참모들 상당수는 그린란드 매입이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고 측근들은 귀띔했다.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매혹된 것일 뿐 실제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백악관과 미국 국무부는 WSJ의 보도에 대한 논평 요청에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점인 1946년에도 그린란드를 사고자 덴마크에 1억 달러(약 1천200억원)를 제시했으나, 덴마크의 거부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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