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라입 의원, "억압적 상황"이라며 이스라엘 비판…방문 여부 불확실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 정부가 '반이스라엘 활동가'로 비판했던 미국 민주당의 무슬림 하원의원 라시다 틀라입(43)에게 제한적으로 요르단강 서안 방문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아르예 데리 이스라엘 내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틀라입 의원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 가족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내무부는 틀라입 의원이 요르단강 서안의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점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틀라입 의원은 전날 이스라엘 내무부에 보낸 서신에서 "나의 가족, 특히 90대의 할머니를 방문하기 위해 이스라엘 입국 허용을 요청한다"며 이번 방문 기간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틀라입 의원은 가족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팔레스타인계이다.
그러나 틀라입 의원이 이스라엘 정부를 다시 비판하면서 그가 실제로 요르단강 서안을 방문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이스라엘 내무부의 발표 이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 억압적인 상황에서 나의 할머니를 방문하는 것은 인종차별주의, 억압, 불평등과 싸움 등 내가 믿는 모든 것과 대립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적었다.
AP통신은 틀라입 의원이 요르단강 서안 방문을 거부한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전날 틀라입과 일한 오마 등 미국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 2명의 이스라엘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입국 불허'를 촉구한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오마 의원과 틀라입 의원의 방문을 허용한다면 엄청난 취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들은 이스라엘과 모든 유대인을 증오한다"고 주장했다.
틀라입 의원과 오마 의원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행보를 거침없이 비난해왔다.
이스라엘 정부가 틀라입 의원의 요르단강 서안 방문을 허용한 것은 비판적 목소리를 염두에 둔 조처로 풀이된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성명으로 이스라엘의 입국 불허 결정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불허 결정을 번복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 정치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 로비 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와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조차 이스라엘에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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