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제로' 이탈리아 연정 위기…총선이냐, 새 연정이냐 갈림길

입력 2019-08-19 07:30  

'시계 제로' 이탈리아 연정 위기…총선이냐, 새 연정이냐 갈림길
20일 총리 상원 연설에 주목…伊 연정 미래 가늠하는 분수령될듯
극우 부총리의 연정붕괴 선언은 자충수 시각 속 새 연정론 급부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연립정부 위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연정 수반인 주세페 콘테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상원에서 관련 연설을 할 예정이어서 그 내용에 이목이 쏠린다.
콘테 총리 발언의 내용에 따라 이탈리아 정계가 또 한 번 격랑에 휘말릴 수도, 정리되는 분위기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분수령'이다.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는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파기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하면서 현실화한 연정 위기가 20일을 기점으로 대략 방향성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지 언론에서는 당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따져 보며 연정의 미래를 가늠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우선 살비니가 제출한 내각 불신임 동의안에 대한 상원 표결이 이뤄지고 가결된다면 콘테 총리는 사임 수순을 밟아야 한다.
이럴 경우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개최 결정권을 쥔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각 정당 대표를 불러모아 새로운 내각 구성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맹과 오성운동 간 연정을 복구하기 어렵고 새로운 내각 구성도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서면 결국 조기 총선을 결단할 것으로 점쳐진다. 총선이 치러진다면 시기는 10월 말이나 11월 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총선 때까지는 전문 관료로 구성된 이른바 '관리 내각'이 꾸려져 정부 정책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



콘테 총리가 불신임안 표결을 거치지 않고 자진해서 사퇴하는 경우도 상정해볼 수 있다.
이때 마타렐라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할 가능성도 있으나, 신문은 콘테 총리의 사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내각 구성 협의를 시작할 개연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동맹으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여전히 의회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이 '백기사'로 나선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PD)과 연대를 전격 선언하고 연정 구성에 나설 가능성도 상존한다.
두 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상원·하원에서 각각 과반에 육박한다.
지지 기반과 노선·정책적 견해차가 뚜렷하긴 하지만 큰 그림을 본다면 새 연정 구성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현지에선 두 당이 이미 연정 구성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는 보도도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구체적으로 독일식 '계약 연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자의 정책 가운데 국가를 위해 필요하다고 동의한 정책만을 계약서에 담아 함께 추진하자는 것이다.
오성운동과 동맹 간 연정에서 보듯 이념 성향이 전혀 다른 정당이 연정을 구성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파국을 다시 반복하지 말자는 취지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 오성운동과의 연대를 놓고 찬반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어 실제 연정이 성사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동맹과 오성운동 간 균열이 극적으로 봉합될 여지도 남아있다.
예상치 못하게 민주당이 오성운동의 손을 잡고 '반(反)동맹 전선'을 구축하면서 궁지에 몰린 살비니도 자신에게 불리한 국면을 타개할 묘책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성운동 측에서 강력하게 부인하긴 했지만 살비니가 연정을 유지하는 대가로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을 총리로 승격하는데 동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는 보도도 있다.
현지 정가 안팎에서는 살비니가 40%에 육박하는 지지율에 취해, 그리고 이 지지율을 조속히 표로 연결하고자 하는 욕심이 과한 나머지 너무 일찍 연정 붕괴를 선언했다는 의견이 많다.
동맹이 의회 다수당이 아니라는 점을 망각한 채 앞뒤 재지 않고 무리하게 연정 파기를 밀어붙여 사실상 '자살골'을 넣었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살비니가 요구한 조기 총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오성운동과 민주당 간 새 연정이 성사돼 살비니가 내각에서 쫓겨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점점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오성운동 소속인 마닐로 디 스테파노 외무차관은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살비니가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다. 상황을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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