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모자 사망 비극 이후…뒤늦게 실태조사·시스템 점검

입력 2019-08-19 15:07   수정 2019-08-20 11:37

탈북 모자 사망 비극 이후…뒤늦게 실태조사·시스템 점검
기동민 의원 "다시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외양간 고쳐야"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북한이탈주민 한씨 모자 사망 사건으로 정부가 운영 중인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현행 시스템을 보완하고 차세대 정보시스템 구축 시점을 보다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한씨 모자 비극처럼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불행한 사고가 없도록 시스템 정비와 현장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에 따르면 숨진 한씨는 현행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서 빠졌다.
한씨는 공공임대주택 월세가 밀려 2017년 1월부터 임차 계약이 해지됐고, 비록 퇴거 조치는 당하지 않았지만, 월세(16만4천원)가 16개월 치나 밀려있었다.
그렇지만, 이들이 살던 재개발 임대아파트는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통해 파악하는 공공임대주택(국민, 영구, 매입임대) 임차료 체납 정보(3개월 이상 체납) 입수대상에서는 빠져있었다.
한씨는 전기요금도 16개월간 내지 못했으나, 전기료를 가구마다 따로 내지 않고 관리비에 포함해 관리사무소가 한꺼번에 걷으면서 한국전력이 개별 가구의 체납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는 바람에 위기 가구 발굴 정보(3개월 이상 전기료 체납)에서도 누락됐다.
한씨는 2013년 9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탈락한 이후 수급대상이 아니었고, '최근 1년 이내에' 기초생활 수급 자격을 잃은 사람들만 관리하는 보건복지부의 관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한씨가 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으나, 중국 국적인 남편과의 이혼 확인서를 받아오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증언도 있다고 기 의원은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 가입자 자격을 잃은 뒤 이를 다시 취득하지 않고 실업급여도 받지 않는 실업자의 정보를 복지부에 보내고 있지만, 한씨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이력이 없어 복지부에 통보되지도 않았다.
저체중 등 위험 요인을 지닌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보충 식품을 제공하는 '영양 플러스'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적이 있으면 위기 가구로 분류되지만 한씨는 영양 플러스 지원사업에 신청한 적이 없어 위기 가구로 분류되지도 못했다.
복지부가 한씨가 거주하던 관악구청에 대한 현장 점검을 한 결과, 한씨 모자가 지난해 10월 아동수당을 신청할 당시 소득인정액이 없었는데도 기초생활급여 등 다른 복지급여와 연계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관악구청은 당시 아동수당 신청과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폐지에 따른 집중신청기간 운영, 대상자 발굴업무로 인해 업무량이 폭증했던 시점이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한씨 모자 사건 이후 지난 16일 17개 광역자치단체 복지국장 회의를 열어, 한씨와 같은 유사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상자를 발굴, 지원하기 위한 긴급 실태조사에 나설 것을 각 광역자치단체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지난해 아동수당을 신청한 가구 중 소득인정액이 기초생활보장 또는 차상위계층 이하로 확인되는 가구는 물론,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등 기존 복지급여수급자 중 소득인정액이 기초생활보장 또는 차상위계층 이하로 확인되는 가구도 포함해서 조사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특히 한씨 모자 사건처럼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으로 입수되지 않는 재개발 임대주택 등 저소득층 거주 공동주택 월세·관리비 장기체납(3개월 이상) 가구에 대해서도 10월까지 실태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복지급여·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확인되면 수급 가능한 서비스를 안내, 신청하도록 하고 민관 협력으로 복지서비스를 연계해줄 방침이다.
필요하면 대상자의 동의를 받아 직권 신청하도록 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인 '행복e음'을 개통한 이래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2015년 12월부터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2개월 주기(2018년 이후)로 단전·단수·건강보험료 체납·신생아 난청 지원 등 15개 기관, 29종(2019년 4월 30일 이후 17개 기관 32종)의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이를 토대로 위기 가구 가능군을 추려내고, 차상위계층 여부 등을 한 번 더 살펴보고서 6만∼7만명 규모의 발굴후보자를 선정해 각 지자체에 명단을 통보한다.
그러면 지자체는 담당 직원이 개별적으로 확인해 사망자, 고의체납자, 지원거부자 등을 선별한 후 위기 가구를 선정해 복지서비스를 지원한다.
시스템 가동 후 2019년 6월말 현재 98만8천654명의 후보자를 발굴해 총 27만5천226명에게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서비스를 지원했다.
기동민 의원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은 어리석음을 가리키지만, 정부는 한번 우를 범했더라도 다시는 소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며 "정부가 2022년까지 가동하려는 차세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 구축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sh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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