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리 사임…연정 사실상 붕괴 '격랑 속으로'(종합2보)

입력 2019-08-21 05:10   수정 2019-08-21 07:34

이탈리아 총리 사임…연정 사실상 붕괴 '격랑 속으로'(종합2보)
마타렐라 대통령이 대신 정국 이끌듯…내일부터 새 연정 협상 착수
조기 총선 가능성 여전…"伊 근대 역사상 가장 예측불가능한 위기"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위기 속에 주세페 콘테 총리가 20일(이하 현지시간) 사임의 뜻을 밝혔다.
연정의 한 축인 극우 정당 동맹 소속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지난 8일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과의 연정 붕괴를 선언한 지 12일 만이다.
이로써 작년 6월 1일 출범한 '극우 포퓰리즘' 연정은 1년 2개월 만에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이와 더불어 이탈리아 정치권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의 상황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콘테 총리는 이날 오후 로마의 상원 의사당에서 진행된 현 정국 관련 연설에서 "연정 위기로 정부 활동이 손상을 입게 됐다. 현 정부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라며 사임을 공식화했다.
콘테 총리는 그러면서 "공화국 대통령(세르조 마타렐라)을 찾아 사임 사실을 알릴 것"이라며 "이제 공화국 대통령이 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시간여에 걸친 연설의 상당 부분을 연정 붕괴를 촉발한 살비니를 비판하는데 할애했다.
살비니를 겨냥해 개인과 당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적 불안정의 위기 속에 몰아넣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정치인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법학자이자 변호사 출신인 콘테 총리는 작년 3월 총선 이후 약 2개월 간 이어진 오성운동과 동맹 간 연정 협상 과정에서 중립적 인사로 총리직에 낙점된 인물이다.
이전에 정치 경력이 전무한 그는 양대 실세로 군림한 살비니와 오성운동 소속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의 틈바구니에서 비교적 균형감 있게 국정을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콘테 총리는 이날 의사 일정이 마무리된 뒤 약속대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퀴리날레궁을 찾아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마타렐라 대통령은 향후 각 정당 대표들과 국가의 미래를 협의하는 동안 직위를 유지한 채 '관리 내각'을 이끌어 달라고 콘테 총리에게 요청했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이에 따라 콘테 총리는 바로 직위에서 물러나지 않고 새 연정 구성이 결정되는 등의 방향성이 정해질 때까지 당분간 국정을 관리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당장 21일 오후부터 정당 대표들과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들과 새로운 연정 구성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회 최대 정당인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이 물밑에서 연정 구성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원 의석 수에서 과반에 살짝 못미치는 두 정당은 극우 포퓰리즘 연정과 마찬가지로 판이한 이념 성향과 지지 기반 아래 그동안 앙숙처럼 지내왔다.
하지만 동맹이 연정 붕괴를 선언하며 차기 정권에 대한 욕심을 노골화하자 앙금을 잠시 묻어두고 '반(反)동맹' 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정당 간 이견으로 새 연정 구성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마타렐라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함께 조기 총선을 결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 해산은 대통령만 행사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이다.
총선이 열린다면 유럽연합(EU)과의 예산안 협상이 대략 마무리되는 10∼11월이나 내년 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동맹과 오성운동은 작년 5월 출범 이래 부유한 북부지역의 자치권 확대와 감세, 사법 개혁, 주요 인프라 건설, EU와의 관계 설정 등 핵심 정책에서 사사건건 이견을 노출하며 위태위태하게 이어져 왔다.
그러다 지난 8일 동맹이 강력하게 지지해온 리옹(프랑스)-토리노 간 고속철도(TAV) 사업 관련 상원 찬반 표결에서 오성운동이 반대표를 던지자 살비니는 오성운동과의 정책 이견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연정 붕괴를 선언한 바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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