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미 의원 입국 거부, 트럼프 선거전략에 놀아난 셈

입력 2019-08-21 11:38  

이스라엘 미 의원 입국 거부, 트럼프 선거전략에 놀아난 셈
네타냐후 정부, 미 의회 모독 비판 직면 최대 피해자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정부가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미 의회 초선의원 2명의 입국을 거절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거전략에 놀아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관심사는 2020 대선으로 이스라엘은 관심 밖이며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라시다 틀라입(미시간) 등 2명의 민주당 초선 하원의원의 이스라엘 입국을 비난한 것은 미국 내 보수계와 유대계의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네타냐후 총리가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해 2명 의원의 입국을 거부함으로써 민주주의 국으로서 이스라엘의 이미지와 향후 미 의회와의 관계를 크게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평가이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선거전략을 위해 이스라엘의 이익을 훼손했다면서 역대 미 대통령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이 공염불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월 오마르-틀라입 의원의 이스라엘 방문 신청을 받고 이들이 평소 이스라엘에 비판적이고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이콧 운동(BDS)을 공개 지지하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의 이미지와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고려해 이들의 방문을 허용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7년 반(反)이스라엘 BDS를 지지하는 인사에 대해 입국을 거부할 수 있는 국내법을 제정했으며 2명의 미 의원은 이 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상황이었다.
미국이 매년 이스라엘에 막대한 안보 원조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미 의원의 현지 방문을 막을 경우 미 의회의 초당적 반발도 충분히 예상됐다.
오마르-틀라입 의원은 미국 내 유대로비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가 정기적으로 주선하는 미 초선의원들의 이스라엘 방문 프로그램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방문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당시 론 더머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미 의회에 대한 존경과 미국과의 위대한 동맹관계를 감안해 모든 미 의원들의 이스라엘 입국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가 2명의 의원 방문이 초래할 부정적인 후유증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내린 방문 허용 결정에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불을 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 공화당 기반을 결집할 목적으로 그동안 오마르-틀라입 의원 외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뉴욕), 아이아나 프레슬리(매사추세츠) 등 4명의 민주당 초선의원이 '반유대주의적'이라고 싸잡아 비난해왔다.
민주당 진보계 의원 4명에 대한 적대감 표출은 2020 대선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선거전략으로 이들 의원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도록 내버려 둘 상황이 아니었다.
따라서 지난 15일 트윗을 통해 '만약 이스라엘이 틀라입-오마르 의원의 입국을 허용할 경우 이는 커다란 취약점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네타냐후 총리를 조롱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긴밀한 유대를 자신의 정치기반으로 간주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2명 의원의 입국을 거부했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의사 표명과 자신들의 입국 허용 결정 번복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태는 자명하며 현명치 못한 처사였다고 FP는 꼬집었다.
2명 의원의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적 입장이 새삼스러운 게 아닌 만큼 이들이 방문 후 어떤 주장을 내세우더라도 이스라엘로서는 그다지 우려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들의 입국을 거부함으로써,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을 둘러싸고 민주, 공화 양당이 치열한 대립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평판에 심대한 손상을 초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FP는 지적했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온 미 정계의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점증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유대 로비단체인 AIPAC은 "2명 의원(오마르-틀라입)의 반이스라엘, BDS 지지 입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모든 미 의원들은 이스라엘을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응했다.
또 다른 주요 유대 로비단체인 미유대위원회(AJC)와 반명예훼손연맹(ADL)도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미 의회 내 강력한 이스라엘 동맹 지지자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은 물론 마르코 루비오, 조 리버먼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도 이스라엘의 입국 거부 조치를 심각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FP는 트럼프 대통령이 2명 의원 입국 거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이번 사태의 진짜 패배자는 이스라엘이라면서 오마르-틀라입 의원의 명분은 귀중한 홍보 기회를 얻은 반면 네타냐후 정부가 미 의회를 모독했다는 비판 속에 미-이스라엘 관계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안보와 외교, 경제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해온 이스라엘로서 만약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경우 이스라엘의 성공적인 국제적 위상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FP는 덧붙였다.
하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이미 더머 이스라엘 대사를 상대로 불신임 성명을 공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정부가 대사의 공언과 반대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과연 대사가 (이스라엘) 정부를 대표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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