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법 개정 추진…윤일규 의원, 개정안 대표 발의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내에서도 유전자가위 등 최신 유전자 교정 도구를 이용한 획기적 유전자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런 방향으로 유전자치료 연구를 할 수 있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은 관련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생명윤리법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유전자치료 연구를 할 수 있게 해놓았다. 지금은 유전 질환이나 암, 에이즈 등의 질병에 한정해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 없거나 현저하게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유전자 치료법일 경우 등의 조건을 갖춰야만 한다.
개정안은 유전 질환이나 암, 에이즈 등의 질병에 해당하거나 이런 질병과 상관없이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현저히 우수한 유전자 치료법일 때는 연구할 수 있게 했다.
유전자치료 연구대상 질환을 사실상 없애고 모든 우수한 유전자치료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유전자가위 기술 등 생명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유전자 치료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다만 유전자치료 연구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도 강화했다.
연구계획서에 대한 사전심의와 승인 후 윤리적 준수 의무를 명시했다.
유전자 치료연구의 심의 전문성 보완을 위해 IRB(연구기관에 소속된 생명윤리위원회) 심의 이외에도 국가위원회에 자문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IRB 중심의 연구 승인, 수행 과정·결과에 대해 조사·감독 이외에도 연구자의 보고 의무는 물론, 필요하면 국가위원회가 직접 조사하고 자료요청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앞서 국가 생명윤리 정책의 최고 심의기구인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회의를 열어 유전자 치료연구에 대해 포괄적인 희귀·난치병 극복을 위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연구대상 질환 제한을 완화하도록 권고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돌연변이 유전자가 제 기능을 하도록 교정하는 생명공학 기법이다. 유전물질인 DNA(디옥시리보핵산)에서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교정(편집) 기법을 뜻한다.
현재 유전자가위 중에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편집해야 할 DNA를 찾아 주는 '안내자'인 RNA(리보핵산) 부분과 표적 부위(DNA)를 실제로 잘라내는 절단 효소 부분으로 구성됐다.
유전자가위로 DNA를 잘라내면 세포가 스스로 이 부분을 다시 메우는데 이때 유전자가 교정된다.
그러나 원하지 않게 돌연변이가 생기는 한계도 있는데, 최근에는 DNA를 자르지 않고 원하는 위치에 유전자를 넣어주는 교정 기술도 개발됐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개발한 '인테그레이트'(INTEGRATE)라는 교정 기술이 그것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장미희 선임연구원팀은 세종대 연구진과 함께 암을 공격하는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일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외부 전달체 없이 세포막을 뚫고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개량했던 KIST 연구진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이 유전자가위에 혈액암 세포가 면역세포인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Lymphocyte·CTL)의 공격에 저항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능을 추가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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