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과 친분' 과시하던 미디어 재벌 체포…수사 향배 주목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앞둔 북마케도니아에서 검사가 연루된 '사법농단 스캔들'이 터져 홍역을 치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스캔들은 지난달 미디어 재벌 보얀 자바노브스키와 그의 지인이 돈세탁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한 기업가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이 드러나 체포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사람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형량을 경감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기업가에게서 현금으로 150만유로(약 20억원)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은 해당 기업가를 수사하던 특별검사실의 카티카 자네바 검사가 수뢰 의혹에 연루됐다는 취지로 보도했고 자네바 검사는 지난달 사표를 제출했다.
특히 이탈리아 신문 '라 베리타'가 최근 공개한 관련 음성 파일에는 자바노브스키 일행이 기업가에게 "자네바와 끈이 있다. 혐의를 벗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한 내용이 포함돼 의혹을 증폭시켰다.
또 한 여성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라고 말한 기록도 있는데 자네바 검사는 음성 파일 속 목소리가 자신이 맞는다고 인정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자네바 검사는 이날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동안 의혹을 줄곧 부인해 온 그는 검찰 조사 뒤 언론에 "단지 하나의 조사 과정일 뿐이며, 목격자로 출석한 것"이라며 "나는 죄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별검사실은 정·관계 고위 인사의 부패 의혹을 파헤칠 목적으로 EU의 지원 아래 2015년 출범했다. 일종의 '북마케도니아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다.
국가적 부패를 수사해야 할 특별검사실 검사가 금품 비리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국민적 분노가 큰 상황이다.
문제는 이 사건이 정권 차원의 이슈로 비화할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자바노브스키가 평소에도 공개적으로 현 정부 고위층과 연결 고리가 있다는 점을 과시해왔기 때문이다.
내각을 책임진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DSM) 소속 조란 자에브 총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 "누구도 사법적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내심 사건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오는 10월 EU와 회원국 가입 협상을 개시하기를 희망하는 민감한 시점에 스캔들이 불거져 행여나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부 여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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