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 첸추스, 변호사 자격 박탈도 우려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소셜미디어에 올린 중국 인권변호사가 실종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주 홍콩으로 온 중국 인권변호사 첸추스(33)는 18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민 170만 명이 참여해 열린 송환법 반대 시위 영상을 여러 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 2014년 중국 TV 토론 대회에 나가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첸추스는 사회문제에 관한 발언을 웨이보에 정기적으로 올려 팔로워 77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으로 돌아간 뒤 연락이 끊긴 상태이다. 그가 올린 홍콩 시위 영상도 웨이보에서 삭제됐다.
첸추스는 20일 저녁 홍콩국제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올린 영상에서 "나는 지금 모두에게 내 변호사 자격증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내가 돌아간 뒤에 더는 변호사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안과 변호사협회의 압력으로 홍콩 여행을 중단하고 중국으로 돌아가게 됐다고도 밝혔다.
그는 "나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3년 동안 공부했다"며 "누군가 내게 (홍콩에서의) 3일이 그 3년간의 노력을 무너뜨릴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나는 내 행동의 결과를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첸추스는 중국 관영 매체의 홍콩 시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보기 위해 홍콩으로 왔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홍콩 시위의 폭력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시위가 홍콩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국제앰네스티 홍콩 지부의 도리안 라우는 "첸추스가 공개적으로 홍콩 시위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본토인들이 홍콩 시위에 참여한 후 돌아갔다가 괴롭힘을 당하거나 끌려간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왕야추는 "중국 정부는 인권변호사들을 침묵시키기 위해 그들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하는 수법을 지속해서 사용해 왔다"며 "특히 2015년 '709 검거' 후 이를 체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709 검거'는 중국 당국이 2015년 7월 9일 300여 명에 달하는 인권운동가들을 대거 체포한 사건을 말한다.
2016년 말 중국 사법부는 변호사 관련 법규를 개정해 공산당에 대한 불만을 선동하거나, 청원서·공개서한 등을 제출하는 행위, 사법당국을 공격하는 행위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내 인권변호사 상황을 감시해 온 홍콩의 인권단체는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후 2018년 7월까지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한 인권변호사가 17명, 면허가 취소된 법무법인이 3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한편 전날 밤 홍콩 위안랑 지역에서는 '백색테러' 사건 한 달을 맞아 이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려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으나, 다치거나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없었다.
백색테러 사건은 지난달 21일 밤 위안랑 전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100여 명의 남성이 각목 등으로 시위대와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최소 45명이 다친 사건을 말한다.
이후 경찰은 백색테러 사건과 관련된 28명을 체포했으나 아직 아무도 기소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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