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과 위협이 핵심, 사업 흥정 능력도 과장된 것"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협상의 천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과 이란, 북한, 인도에 이어 이제는 덴마크까지 '어설프게 더듬거리면서' 스스로 내세운 주장과 달리 실제는 형편없는 협상가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국제정치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가 21일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자신이 협상의 천재, 달인임을 내세우며 미국인에 많은 새로운 타결을 안겨줄 것을 약속하며 예상 밖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3년이 다가오면서 국제적으로 거둔 성과가 거의 없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있으며 오히려 그 반대로 그가 요란스럽게 과시해온 중국,이란,북한 및 기타국들과의 재협상은 한결같이 좌초 상태에 처해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자신이 제안한 그린란드 판매 논의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주요 동맹 가운데 하나인 덴마크 방문을 취소함으로써 그 자신 미심쩍은 협상가임을 다시금 입증했다고 FP는 꼬집었다.
FP는 그린란드가 기술적으로 자체 총리가 있는 반(半)자치 영토인 만큼 덴마크가 마음대로 판매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FP는 다수의 트럼프 관측통들을 인용해 외교면에서 트럼프의 빈약한 성과가 과거 업계에서 부풀려진 그의 경력의 연장선에 있다면서 "트럼프의 협상 기술은 그 자신 상상에 의한 경이적인 허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업인 부동산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그를 지켜봐 왔고 그의 사업군인 트럼프 그룹을 구축하는데 핵심 역할을 해온 앨런 래피더스는 FP에 "그(트럼프)의 협상 기술은 고함과 위협이 핵심"이라면서 "그에게서 유머 감각이나 섬세함은 찾아볼 수 없으며 단지 강요가 전부"라고 지적했다.
또 그가 거둔 이른바 사업상의 성공 대부분은 하비 프리먼이나 수전 헤일브런 등과 같은 그룹의 경험 많은 중역들 덕분이라면서 트럼프 그룹의 애틀랜틱 시티나 임대 협상 대부분은 이들이 처리했다고 밝혔다.
주요 거래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이나 해득은 모두 이들이 담당했으며 트럼프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트럼프의 또 다른 전(前) 사업 동료들도 협상 테이블에서 은행들을 압도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면서, 그가 지난 1990년 9억 달러의 채무로 개인적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 그를 구한 것은 당시 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스티븐 볼런바크였다는 게 중론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여러 차례 인터뷰한 그의 전기작가 마이클 단토니오도 래피더스의 견해에 동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때나 지금이나 협상 방식에 달라진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적대적 태도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상대로부터 가능한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위협적인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토니오에게 자신은 이른바 협상 양측이 함께 이득을 보는 '윈-윈'방식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자신만의 이득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향후 협상을 고려해 선의의 표시로 테이블에 뭔가를 남겨놓는데도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단토니오에게 밝혔다.
FP는 그러나 업체가 아닌 국가와의 협상은 다르다면서 국가는 경쟁업체처럼 탈락할 수 없으며 파산신청을 하거나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면서 사업 거래에서처럼 자신만의 승리를 거두는 '제로섬' 결과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힐난했다.
또 민족적인 자존심도 고려해야 하며 성공적인 국가 간 협상은 상대방에 체면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남겨두는 것이라고 FP는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서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의 강권으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일부 양보하기도 했으나 상대방을 배려하는 양보를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FP는 지적했다.
단토니오는 "기질적인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권국들과의 외교나 협상에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서 국가 간 협상에 필수적인 '주고받는'(give-and-take) 협상을 할지 모르며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졌을 경우 적(敵)으로 간주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상대방이 자신의 협박을 거부하거나 자신의 제안을 다른 아이디어로 맞설 경우 분노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자신의 이러한 협박적인 접근이 상대방을 곤경으로 몰아넣어 오히려 협상을 시작할 때보다 합의가 더욱 어려워짐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 및 이란과의 갈등을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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