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금리 하락세를 타고 있는 독일 국채가 글로벌 경제계를 넘어 정치적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기준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하면서 독일 국채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독일의 30년 만기 국채가 사상 처음으로 0%로 발행된 점을 지적했다.
그는 트윗을 통해 "독일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제시한 30년 만기 국채를 판매하고 있다. 독일은 미국과 경쟁하고 있다"면서 "연준은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들(연준)은 경쟁에서 우리를 불리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30년 만기 국채는 지난 21일 입찰에서 평균 금리가 -0.11%로, 사상 초유의 초장기 국채 저금리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7월 독일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29%로, 급격한 하락세를 탄 셈이다.
이번 독일 국채 발행은 2050년 8월 만기까지 이 국채를 사는 투자자들이 독일 정부로부터 어떤 이자도 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제로 금리에도 독일 국채에 재산을 넣어두는 것이다.
올해 독일 경제가 하강세를 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독일이 자산을 묻어두기에 안전하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국채를 발행한 독일 정부는 돈을 빌리면서도 부담이 없게 됐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점도 채권 금리 하락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CB는 조만간 재산매입 프로그램을 재가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ECB가 마이너스 금리 채권 상품을 빨아들이기에 나서 마이너스 상품의 가치가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10년 만기 독일 국채 40억 유로는 -0.26%에 발행됐는데, 현재는 당시보다 프리미엄 가격이 올랐다.
불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의 독일 채권 움직임에 대해 시장에서는 경고도 나온다.
독일은 2015년 8월 10년 만기 국채를 제로 쿠폰으로 발행했는데, 투자자 관심 부족으로 매도세가 촉발됐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분트 탠트럼'(국채 발작)의 불씨가 된 적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글로벌금리전략 책임자인 랄프 프레우셔는 "(당시가) 현재의 시장 환경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서 "독일 재무부가 '매수자 파업'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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