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학살 의도까지 보여"…로힝야족 송환 버스는 '텅' 비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군이 2년 전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대대적 토벌 당시 광범위한 성폭행도 자행했으며,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해 종족 학살 의도까지 보여준다고 유엔이 밝혔다.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정부가 추진 중인 로힝야족 송환 작업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미얀마 진상조사단은 전날 뉴욕에서 보고서 발표회를 갖고 "미얀마군이 국제적인 인권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면서 로힝야족 여성과 소년, 소녀는 물론 남성과 트랜스젠더를 상대로 정례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강간, 윤간 그리고 그 밖의 다른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성폭행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은 이어 "이런 성폭력은 너무나 광범위하고 심각해 종족학살 의도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진상조사단은 미얀마군이 가임기 여성과 소녀들을 조직적으로 골라 성폭행하는 것은 물론, 임신한 여성이나 아기를 공격하고 뺨이나 목, 가슴, 허벅지 등에 물어뜯은 자국을 남김으로써 낙인을 찍는가 하면 심각한 상처를 입혀 남편과 성관계를 갖지 못하게 하거나 임신을 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군의 이런 잔학 행위가 유엔에 의해 확인되면서 방글라데시와 미얀마 정부가 추진 중인 로힝야족 송환 작업은 안전에 대한 우려로 힘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진상조사단의 라디카 쿠마라스와미도 기자회견에서 "사정이 로힝야족의 안전한 송환에 유리하지 않다"면서 "로힝야족은 그들이 살던 마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 중인 로힝야족 난민 중 이날 예정됐던 미얀마 송환 작업에 응한 이는 없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난민촌 내에 송환자들을 위한 임시센터를 만들고 버스와 승합차, 트럭 등을 준비했지만 했지만, 이 센터에 나타난 로힝야족은 없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방글라데시와 유엔난민기구 관계자들은 전날까지 로힝야족 309가족을 면담해 송환 의사 여부를 확인했다.
방글라데시 난민구호 및 송환위원회 위원장인 아불 칼람은 콕스 바자르 난민촌 밖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들은 송환을 위한 요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힝야족들은 송환 조건으로 미얀마 정부의 시민권 인정과 신변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미얀마 정부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제출한 난민 2만2천여명 리스트 중 3천450명에 대한 송환을 허용해, 이르면 오는 22일부터 난민 송환 작업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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