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대 이민관측소 "시스템 부재…英정부 계획, 실효성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영국 정부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가 현실화하면 곧바로 유럽연합(EU) 회원국 국민의 '이동의 자유'를 종료하겠다고 밝혔으나 영국의 시스템 부재로 인해 이는 불가능하다고 BBC가 23일 보도했다.
노딜 브렉시트란 오는 10월 31일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것을 말한다.
BBC는 이날 이민 전문가들을 인용해 영국 정부는 누가 합법적으로 영국에 체류하고 있는지를 판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앞서 지난 19일 영국 내무부는 오는 10월 31일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EU 이동의 자유는 즉각 종료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될 경우 오는 10월 31일 이후 영국에 거주하는 EU 회원국 국민은 비자를 따로 신청해서 받아야 합법적으로 영국에 체류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작년 11월 전임 정부인 메이 총리 내각이 EU와 체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에는 영국의 EU 탈퇴 이후에도 2년의 이행기를 두고 현 수준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로 했지만, 영국 의회는 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잇달아 부결시켰다.
최근 출범한 보리스 존슨 내각은 EU에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을 요구하며, EU가 재협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 31일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고 천명하고 EU 탈퇴 시 즉각적인 이동의 자유 종료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민 문제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대학의 '이민관측소'는 고용주들이 EU 회원국 국민이 오는 10월 31일 브렉시트 이후에 영국에 들어왔는지를 구별할 방법이 없다며 영국 정부의 이 같은 선언이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현행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영국에 있는 EU 회원국 국민은 '외국인'으로 등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영국 내무부는 그들이 언제 영국에 입국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마들렌 섬션 이민관측소 소장은 "정부가 브렉시트 이후 이민 관련 시스템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노딜 브렉시트 이후 즉각적으로 이를 이행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까닭에 영국의 고용주들이 누가 몇 년 동안 영국에 살았고, 누가 브렉시트 이후에 영국에 입국했는지를 파악해 새로운 이민 체제를 준수하지 않으면 EU 회원국 국민의 이민과 관련, 새로운 제한 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민관측소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오는 2020년 마감되는 정착제도를 통해서만 EU 회원국 국민 누가 영국에 체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는지 평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정착제도는 영국에 체류하는 EU 회원국 국민을 외국인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모두가 이 제도에 참여할 의무는 없다.
그 결과 지난 7월 기준으로 영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EU 회원국 국민 330만명 가운데 3분의 1만이 외국인 등록을 마쳤고, 나머지 200만명 이상은 여전히 등록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가 이뤄지는 날에 EU 이동의 자유도 종료된다는 영국 정부의 발표로 인해 각계에서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에 대해 영국 내무부 대변인은 브렉시트 이후 EU 이민제도 변화에 대한 세부내용을 곧 마련할 것이라며 EU 회원국 국민에 정착제도 등록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 정부가 발표한 '브렉시트 즉시 EU 이동의 자유 종료 방침'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영국 통계청의 이민 관련 통계수치를 더는 신뢰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영국 통계청은 지난 21일 EU 회원국 국민의 영국 이민을 실제보다 적은 것으로 평가해왔고, 비EU 회원국 국민의 영국 이민을 과대평가해왔다고 실토했다.
통계청은 2015~2016년의 기간에 EU 회원국 국민의 순이민은 당초 추정했던 것보다 16%(2만9천명) 더 많았고, 비EU 회원국 국민의 순이민은 13% 적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계담당자들은 설문조사에 응한 EU 회원국 국민이 통계 산입의 한계치인 최소한 12개월 동안 영국에서 체류할지에 대해 확실한 응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2016년 이후 EU 회원국 국민의 이민 관련 통계를 아직 조정하지 않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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