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 끝나면 안 한다더니…美, '北 발사'에 촉각(종합)

입력 2019-08-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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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끝나면 안 한다더니…美, '北 발사'에 촉각(종합)
'훈련종료되면 발사 중단' 친서 내용 배치에도 트럼프는 의미축소
지소미아 종료로 미국내 안보협력 약화 우려 제기 시점서 발사 이뤄져
훈련 종료 맞춘 비건 방한에도 북미 실무협상 조만간 재개 쉽지 않을 듯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이광철 기자 = 북한이 한국시간으로 24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는 한편 북미 실무협상 재개 시점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현지시간으로 23일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북한 미사일 발사 보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동맹인 한일과 긴밀히 상의하고 있다"면서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식적으로 나온 반응으로만 보면 북한이 이달 들어 한미연합훈련을 명분 삼아 단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을 때와 같은 수준의 반응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접한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는 어느 때보다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발사가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발사를 끝내고 협상을 하고 싶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내용과는 배치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한 뒤 지난 10일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친서에서 한미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고 싶고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매우 친절하게 말했다"면서 한미훈련이 종료되면 발사도 멈출 것이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북한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자신에게 꽤 솔직(pretty straight)했다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23일 밤 백악관을 떠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하면서 "김정은(위원장)은 미사일 테스트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단거리 미사일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발사체 발사를 대수롭지 않게(downplayed) 여겼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행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만 20일 한미훈련 종료에 맞춰 이뤄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통해 미국이 실무협상 재개 준비 메시지를 거듭 보냈는데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대답한 격이 된터라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미국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발사 하루 전인 23일에는 리용호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주장하며 앞선 언론 인터뷰에서 대북 제재를 언급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독초'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북한이 조만간 협상 재개에 나서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는 일단 북한의 의도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괘념치 않겠다는 뜻을 거듭 표명하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는 데 주력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내부적으로는 대응 수위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무협상 재개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한 약속이었고 한미훈련 후에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친서 내용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개했던 터라 더욱 그렇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미국 내에서 대중·대북 대응을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 약화 우려가 제기된 시점에 북한이 발사에 나선 점 역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신경이 쓰일 법한 대목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시험발사는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지 이틀 뒤에 이뤄진 것"이라면서 "미국 당국자들은 한일 간 파열 증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으며 지소미아의 종료가 해당 지역에서의 미국 영향력 약화를 오랫동안 추구해온 중국과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음을 우려해왔다"고 지적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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