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납 광산, 폐광된 지 25년 후 여전히 공중보건 위험"

입력 2019-08-24 17:10  

"잠비아 납 광산, 폐광된 지 25년 후 여전히 공중보건 위험"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어린이 등 주민 혈중 납 중독 수치 높아"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남부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25년 전 문을 닫은 한 납 광산 인근 마을 주민들이 아직도 중독의 위험에 노출돼 공중보건 비상 상태라고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경고했다.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북쪽으로 150Km 떨어진 카브웨 주(州)의 폐광인 코퍼벨트 납 광산은 과거 수십년간 운영되면서 주변 마을을 심각하게 오염시켰고 문을 닫은 지 25년이 지난 지금도 주민들의 혈중 납 중독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고 HRW의 보고서를 인용해 AF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900년대 초부터 1994년까지 운영된 이 광산은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납 광산으로 1970년대 초 광산업이 국유화되면서 잠비아 정부가 운영을 맡았다.
HRW는 이날 보고서에서 북부 코퍼벨트 지역의 환경오염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며 아이들이 주택, 학교 그리고 놀이터에서 끊임없이 토양과 먼지를 통해 높은 수치의 독성 납 성분에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HRW에서 어린이 인권을 담당하는 이 보고서의 저자 조안나 네이플스-미첼은 카브웨 지역의 상황을 '공중보건비상' 상태로 정의하고 잠비아 정부가 "긴급한 상황인식 없는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플스-미첼은 그러면서 "잠비아 정부는 1990년대 부터 카브웨 주가 심각히 오염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오염을 제거하려는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인권 법률회사 '리 데이'는 피해 어린이 200여명을 대리해 납 중독에 대한 보상을 받아내기 위해 문제의 광산을 운영한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앵글로 아메리칸'에 대해 법정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앵글로 아메리칸은 성명을 내고 카브웨의 "현 상황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사의 책임이라고 생각지 "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회사는 "우리는 언론이 보도한 카브웨의 상황을 전해 듣고 매우 염려스럽다"며 "(해당 광산이) 40여년 전 국유화되면서 이 문제는 엄연히 잠비아 정부의 관리하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HRW 보고서는 해당 지역에서 납과 아연 채굴이 중단됐음에도 지난 7년간 진행한 의학 연구에서는 어린이들의 혈중 납 중독 수치가 여전히 높게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세계은행은 지난 2003년부터 2011년 사이 카브웨 지역의 마을을 대상으로 잠비아 정부에 자금을 지원해 어린이들을 검사하고 치료하기 위해 환경 정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이 지역에는 전체 주민의 1/3인 7만 6천여명이 여전히 오염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납 광산을 둘러싼 마을 어린이 95%가 혈중 납 수치가 높게 나온 가운데 중독 어린이 절반이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 데이 법률회사의 리처드 미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30년 변호사 생활 중 겪은 최악의 환경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소송을 같이 진행할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자넬레 음부이사 변호사는 "환경파괴로 야기된 오염이 거의 남녀노소 3세대에 걸쳐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편, 잠비아 정부는 3년 전 세계은행의 지원으로 어린이, 임신부 등 1만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납을 제거하고 검사와 치료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5년간의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했다.
네이플스-미첼은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잠비아 정부가 문제를 끝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네이플스 -미첼은 그러면서 2018년 연구에서 나타난 해당 지역의 납 오염 수치가 1970년대나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하고 잠비아 정부에 오염된 납을 말끔히 없애줄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낼 것을 촉구했다.
잠비아 정부는 지난달 HRW에 보낸 서한에서 오염을 모두 제거할 수 있는데 소요되는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의 독성은 어린이가 성인보다 4~5배는 더 빨리 흡수하며 납에 중독되면 소년기 성장과 지능발달을 저해하고 심각한 경우 뇌 손상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다.


airtech-ken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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