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문제없다" vs "끝까지 소송"…분쟁 장기화 조짐

입력 2019-08-25 07:01  

"DLF 문제없다" vs "끝까지 소송"…분쟁 장기화 조짐
금소원 "100% 금융기관 책임"…우리은행, 분쟁조정안 수용 관측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한혜원 기자 =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판매된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조정이 예고됐지만 투자자와 은행 간 분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상품 판매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금융소비자단체는 분조위와 별도로 법정 소송을 끝까지 밀고 가겠다고 예고했다.
25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따르면 두 은행에서는 금감원 분조위와 관련해 다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분조위가 진행되지 않아 입장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현재 진행 중인 합동 검사를 성실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른 시기에 해결되길 바라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분조위에서 일부 배상 조정 결정을 내리면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상품 판매 과정에서 절차의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객이 큰 손실을 보면서 은행의 평판에 금이 간 만큼 사태를 오래 끌어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과거 파워인컴펀드 불완전판매 논란 때도 분조위 결정을 대부분 수용한 전례가 있다.
파워인컴펀드는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안정적인 수익상품으로 알려지면서 2005년부터 2천300여명에게 1천700억원어치 이상이 팔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글로벌 증시가 바닥을 치자 해당 펀드는 원금 전액 손실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당시 분조위는 우리은행에 5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고, 우리은행은 계좌 수 기준으로 2천여개에 대해 분조위 결정을 수용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고객에 판매한 상품에 애초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분조위 평가 자체를 자제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 예상 손실률은 95%대에 달하지만, 하나은행이 판매한 영국·미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 연계 DLF 예상 손실률은 56.2%로 상대적으로 낮다.
또 다음 달 만기 규모가 20억원 이하, 연말까지 만기액이 500억원 이하여서 다소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분조위 결과를 지켜보며 기존 고객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을 것"이라며 "상품 가입 때 해피콜과 녹취, 투자설명을 했기에 '설명을 못 들었다'는 투자자 주장은 실제로 검증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에서는 노동조합까지 나섰다.
노조는 21일 성명에서 프라이빗뱅커(PB)들이 올해 4월부터 상품 손실 가능성을 인지했고 노조도 6월에 경영진에 발행사(하나금융투자)의 콜옵션(매수청구권) 행사나 고객 환매수수료 감면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는데 경영진이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고객이 선택해서 가입한 상품에 환매하라든지 얘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피해에 대해 전액 배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을 예고한 금융소비자원은 금감원 조정과 별도로 소송을 이어갈 예정이다.
조남희 대표는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때 분조위는 금융기관이 일부 투자자에게 70%를 배상하도록 했지만, 이는 '최대치'이며 평균 배상 비율은 20%대에 그쳤다"면서 "금융기관 책임이 100%라고 생각하기에 이를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은 손태승 우리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일부 PB도 사기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역시 공동소송을 예고한 법무법인 한누리는 일단 분조위 결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소송 제기 시기를 연기했다.
한누리 측은 "분쟁 조정 결정이 났을 때 배상 비율이 상당하지 않거나, 상당하더라도 금융기관이 이를 불수용한다면 예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배상 비율이 상당하면서 동시에 금융기관이 이를 수용할 경우에는 소송과 분쟁 조정 중 어느 것이 의뢰인에게 이익인지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hye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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