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해양생물 한꺼번에 잡아 걸러 먹는 방식 같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공룡시대 하늘의 제왕이었던 나는 파충류 익룡이 지금의 플라밍고처럼 입속의 여과 장치로 작은 해양생물을 한꺼번에 잡아서 걸러 먹는 여과섭이(filter feeding·濾過攝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유기생물학 박사과정의 마르틴 크바른스트렘이 이끄는 연구팀은 폴란드 비에르즈비차 채석장에서 발굴된 동물의 배설물 화석인 분석(糞石)을 분석한 결과를 생물·의학 분야 오픈 액세스 저널인 '피어(Peer) J'를 통해 발표했다.
분석은 멸종 동물의 먹이를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지만 어떤 동물의 배설물인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종종 난제가 됐다.
크바른스트렘 연구팀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분석은 다행히 익룡 발자국이 무수히 많은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크기나 형태 등이 익룡의 것이 확실했다. 익룡 중에서도 쥐라기 말기에 살았던 크테노카스마(Ctenochasma)과 익룡의 배설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의료용 컴퓨터단층촬영(CT) 스캐너와 비슷하지만 X-선이 훨씬 더 강력한 '싱크로트론 마이크로토모그래피(Synchrotron microtomography)'를 이용해 3개의 배설물 화석에 담긴 내용물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칠레 플라밍고의 배설물에서 작은 해양생물의 잔해가 무수히 발견되는 것처럼 이 화석들에서도 유공충과 해양 무척추 생물의 작은 껍데기, 갯지렁이와 비슷한 다모류 잔해로 추정되는 것들이 나왔다.
연구팀은 덩치가 큰 익룡의 배설물에 이처럼 작은 해양생물이 포함될 수 있는 것은 여과섭이를 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설명이라고 밝혔다.
백악기 익룡인 프테로다우스트로는 길고 가는 이빨로 된 여과장치를 갖고 있고 여과섭이를 한 것이 분명하나 그 이전에 살았던 크테노카스마과는 이런 확실한 장치가 없었다. 하지만 일부 종은 긴 부리에 가는 이빨을 가져 여과섭이에 적응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바른스트렘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안 습지의) 플라밍고 배설물과 익룡 분석의 내용물이 비슷한 것은 서로 먹이 환경과 이를 거르는 여과 기관이 비슷했던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폴란드에 발자국과 배설물 화석을 남긴 익룡은 쥐라기 말기의 플라밍고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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