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져 숨진 아이, 보건소에서 앰뷸런스 이송 거부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물에 빠져 숨진 조카의 시신을 앰뷸런스에 태워주지 않아 품에 안고 걷던 남성에게 지나던 시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27일 인도네시아 언론은 해당 장면을 담은 동영상과 사연을 잇따라 상세히 보도했다.
동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갈색 천으로 덮은 아이의 시신을 안고 굳은 표정으로 보건소를 빠져나와 길을 걷는다.
육교에 오르려는 순간 지나던 한 시민이 쫓아와 자신의 승용차 문을 열고 장례식장까지 태워준다.
동영상은 지난 23일 오후 자바섬 탕에랑(땅그랑)의 보건소 인근에서 촬영됐다.
이날 탕에랑의 강에서 놀던 후세인(8)과 피트라(12)라는 두 아이가 물에 빠져 숨졌다.
마을 사람들이 후세인만 먼저 발견해 보건소로 데려갔고, 할머니와 삼촌이 뒤따라 달려왔다.
이들은 숨진 아이를 앰뷸런스에 태워 1㎞ 떨어진 장례식장으로 데려가려 했으나, 보건소 직원들은 "규정상 앰뷸런스는 환자를 이송하는 데만 쓸 수 있다"고 거절했다.
후세인의 할머니는 "제발 도와 달라"고 울부짖었지만, 보건소 측은 원칙을 고수했다.
가족은 보건소에서 알려준 무료 구급차 서비스와 장례식 서비스에 전화했지만, 연결조차 안 됐다.
결국 조카의 시신을 안고 길을 걸어야 했던 삼촌의 모습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보건소에 비판이 쏟아졌다.
탕에랑 시장은 곧바로 장례식장을 찾아 후세인의 가족에게 사과하고, 앞으로는 구급차에 환자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시신도 이송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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