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시한 하루 남겨두고' 천당과 지옥 오간 伊 연정 협상

입력 2019-08-28 02:05  

'마감 시한 하루 남겨두고' 천당과 지옥 오간 伊 연정 협상
오성운동-민주당, 오전 협상 중단 → 오후 협상 재개 반전
콘테 총리 재추대 합의하면서 위기 탈출…금융시장도 출렁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새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오성운동-민주당 간 협상이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위태위태하게 명맥을 이어갔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와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는 전날 오후 9시께 선진 7개국 정상회의에서 막 돌아온 주세페 콘테 총리와 연정 구성 협의를 위한 3자 회동에 들어갔다.
양당이 콘테 총리의 연임 여부를 놓고 이견을 노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던 상황에서 콘테 총리까지 한 테이블에 앉게 되면서 연정 성사를 위한 담판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회동은 4시간을 훌쩍 넘겨 이날 새벽 1시 15분께 끝났다고 한다. 회동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는 전언도 있었다.
이후 오전 11시 디 마이오 대표와 진가레티 대표 간 만남이 예정된 상황에서 오성운동이 돌연 협상 중단을 통보하며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오성운동 측은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콘테 총리를 차기 연정의 총리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협상도 의미가 없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콘테 총리 추대를 놓고 아직도 민주당과의 이견이 봉합되지 않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전날 3자 회동에서 디 마이오 대표가 부총리 겸 내무장관직을 요구했다며 역으로 오성운동을 비난했다.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지난 1년 2개월간 이어진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붕괴시킨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가 맡았던 직책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치권 일각에서 오성운동과 민주당 간 연정 협상이 좌초되고 결국 조기 총선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하지만 오후 들어 다시 극적인 반전 상황이 전개됐다.
민주당이 당내 수뇌부 회의를 마친 뒤 콘테 총리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오성운동과의 첨예한 갈등이 가까스로 해소된 것이다.
오성운동은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환영하며 협상 재개를 선언했고, 여러 경로를 통한 양당 간의 접촉도 다시 활발해졌다.
이탈리아 금융시장 역시 양당의 협상 상황 변화에 맞춰 출렁였다.
오성운동이 협상 중단을 선언한 오전 한때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 심리에 짓눌린 금융시장은 오후 들어 긍정적 분위기가 감돌자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016년 9월 이후 최저치인 1.13%까지 하락했고,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스프레드(독일과 이탈리아의 국채 10년물 간 금리차)도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181bp를 터치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협상 재개로 이탈리아 정치·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조기 총선 가능성이 감소했다는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오랜 '견원지간'으로 불리는 두 당이 연정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면 내각 분배, 정책적 타협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세르조 마타랄레 대통령이 지정한 협상 시한까지 만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불리한 요소다.
한편,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날 엘리자베타 카셀라티 상원의장, 로베르토 피코 하원의장 등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정치권 연정 협의 제2라운드'에 들어갔다.
28일에는 오성운동과 민주당, 동맹 등의 정당 대표들을 만나 연정 성사 가능성을 모색한다. 마타렐라 대통령의 마지막 면담 상대는 오성운동으로 잡혔다.
조기 총선이냐, 또 다른 연정이냐에 대한 마타렐라 대통령의 결단은 28일 오성운동과의 만남이 끝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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