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통제와 첨단기술의 결합…교실서 하품하는 아이 포착해 기록
안면인식·자연어 처리 등 AI 기술, '감시사회' 강화에 활용 지적
얼굴인식으로 전철 타고 실시간 통·번역 가능…생활 편의도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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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 상하이중의약대학 부속 민항창웨이초등학교의 교실.
이곳에서는 조금 특별한 카메라가 어린이들을 늘 비추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교실 행동 분석 시스템'은 학생들이 바른 자세로 앉아 수업을 잘 듣는지를 지켜본다.
하품하는 것처럼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은 일일이 찾아내 기록해 놓는다.
이 시스템은 여러 어린이를 한꺼번에 돌봐야 하는 교사들을 돕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됐다. 그렇지만 중국 인터넷에서는 어린이들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처럼 중국의 AI 기술 발전은 특히 사회 감시 분야에서 이미 빠르게 실용화하고 있다.
국민 대중을 강력히 통제하는 사회주의 국가 시스템과 첨단 기술이 결합한 '중국 특색 AI'의 모습이다.
AI에 기반한 안면인식 기술과 1억7천만대(2016년 기준)가 넘는 중국의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결합하면서 중국 정부는 거리의 행인 신원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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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홍콩 유명 가수인 장쉐여우(張學友)가 중국 본토에서 순회 콘서트를 하는 동안 도피 중이던 수배자들이 60여명이나 무더기로 체포된 일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콘서트를 보러 왔다가 붙잡혔다. 많은 관중이 오가는 가운데서도 수배자들을 정확히 식별해 공안에 통보하는 모니터링 체계가 갖춰져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 검열에서도 자연어 인식을 바탕으로 한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에서 인터넷 발전 초기에는 사람이 직접 '민감한' 콘텐츠를 검열하는 일을 했다. 지금은 '검열 로봇'이 대신 투입된다.
'검열 로봇'은 텍스트는 물론, 영상, 음성 등 인터넷 콘텐츠를 대량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민감한' 내용을 삭제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누리꾼들은 당국의 검열을 피하려고 민감한 내용이 담긴 글을 캡처해 사진 파일로 바꿔 개시하는 식으로 검열을 피하곤 했다.
하지만 '검열 로봇'이 진화해 이젠 사진이나 영상 속의 메시지까지 정확히 인식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안면 인식과 CCTV 카메라의 조합은 신장위구르족자치구에서 '분열 세력'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놓고 서방 쪽에서는 중국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전제 통치자 '빅 브러더'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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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 2위로 커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등 정책을 통해 대외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터여서 '중국 특색'의 AI 기술 발전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AI 기술을 뒷받침하는 딥러닝 기술의 선구자인 캐나다 컴퓨터 과학자 요슈아 벤지오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1984'의 빅 브러더 시나리오"라며 중국이 AI 기술을 감시와 정치적 통제에 활용하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안면 인식 같은 기술이 감시 분야에서만 기이하게 발전해나가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바꿔나가고 있는 측면도 있다.
중국에서는 안면 인식 기능이 널리 발전해 심지어 휴대전화가 없어도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상하이 구베이(古北)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에는 알리페이가 설치한 안면 인식 계산대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서는 얼굴만 비추면 미리 등록된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중국에서는 이미 이런 가게가 많다. 얼굴 인식만으로 전철을 탈 수 있는 도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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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연어 인식 기능은 실시간 자동 통·번역 산업에서도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난 22일 찾아간 상하이의 AI 산업 단지인 장장(張江)AI아일랜드의 1층 전시관에서는 안내 직원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빠른 중국어가 벽면 대형 화면에 실시간으로 중국 문자로 바뀌어 올라오고 있었다.
동시에 오른쪽에는 이 말이 다시 영어와 일본어로 실시간 번역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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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외부 세계의 '빅 브러더' 우려에 인구 대국인 중국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우컨(吳懇) 독일 주재 중국 대사는 최근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과 인터뷰에서 "14억 인구의 국가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커다란 도전"이라며 "중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고 다른 것은 그다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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