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오성운동-민주당 연정구성 초읽기…'낙동강 오리알' 된 살비니(종합)

입력 2019-08-29 10:15  

伊오성운동-민주당 연정구성 초읽기…'낙동강 오리알' 된 살비니(종합)
"차기 내각 총리는 콘테" 공식 발표…협상 최대 걸림돌 해소
마타렐라 대통령, 총리 면담해 내각 구성 권한 줄 듯
"조기 총선으로 권력독점 노리던 살비니, '자충수' 둬"




(로마·서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현윤경 기자 = 정치적 앙숙 관계이던 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민주당이 연정 구성에 성큼 다가섰다.
이탈리아 새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협상 중인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주세페 콘테 현 총리에게 차기 내각을 맡기기로 합의했다고 28일 밤(이하 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인 퀴리날레 궁에서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연정 관련 협의를 한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디 마이오 대표는 또 콘테 총리에게 차기 내각 구성 권한을 줄 것을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정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마타렐라 대통령을 면담한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도 콘테 총리가 차기 연정에서도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법학자 및 변호사 경력을 가진 콘테 총리는 작년 6월부터 1년 2개월간 극우 정당 동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간 연정의 조율자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그는 동맹이 연정 붕괴를 선언한 뒤인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했으나, 마타렐라 대통령이 새 연정 협상 진행 중 기존 내각을 그대로 이끌어달라고 요청해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 무소속이지만 정치적 성향이 오성운동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콘테 총리 유임 여부를 두고 팽팽히 맞서왔다. 이 문제로 한때 연정 협상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으나, 민주당이 한 발짝 물러서서 콘테 총리를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간신히 갈등이 봉합됐다.
양당이 차기 총리를 확정·발표함에 따라 연정 협상은 '5부 능선'을 넘게 됐다.



의회 수뇌부 및 각 정당 대표들과 두 차례에 걸쳐 연정 협의를 진행한 마타렐라 대통령은 29일 오전 9시 30분 콘테 총리를 퀴리날레 궁으로 불러 면담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내각의 구성 권한을 총리에게 쥐여 주기 위한 호출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오성운동-민주당 연정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고 콘테 총리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주면 장·차관 배분과 핵심 정책을 타결짓기 위한 '연정 협상 2라운드'의 막이 오른다.
콘테 총리는 이후 오성운동-민주당과 협의를 거쳐 내각 명단과 정책안을 마련하고 마타렐라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어서 하원과 상원에서 새 연정 신임 표결이 진행되고, 여기서 가결되면 공식적으로 새 연정이 출범한다.
다만, 의회 내 오랜 앙숙이던 양당이 2020년 예산안을 비롯한 핵심 정책안과 주요 장·차관 인선을 놓고 갈등을 되풀이할 경우 협상이 중단되거나 좌초할 가능성도 있어 양당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불가능해 보이던 결합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강경 난민 정책을 등에 업고 지지율을 급속히 불려온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작년 6월 동맹과 오성운동이 손잡고 출범한 서유럽 최초의 극우 포퓰리즘 연정에서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맡아 승승장구해 온 살비니 대표는 급상승한 지지율을 믿고 연정 파기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가 이끄는 극우 정당 동맹은 지난 5월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오성운동 득표율의 2배에 달하는 34%가 넘는 표를 얻으며, 역대 선거 처음으로 이탈리아에서 최다 득표 정당이 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의기양양해진 살비니 대표는 지난 8일 주요 정책을 둘러싼 오성운동과의 간극을 좁힐 수 없다는 구실을 앞세워 연정 붕괴를 선언했다.
그는 조기 총선을 통해 권력 분점 상황을 청산하고 동맹 중심의 집권을 꿈꿨으나, 설마 했던 민주당과 오성운동의 결합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제 발등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14개월간 이탈리아 정치 무대의 주연 역할을 하던 살비니는 권력의 분점에 만족하지 않고 승부수를 띄웠다"면서 "그러나 그의 '도박'은 치명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BBC는 이어 "살비니는 자신의 정적들이 손을 잡을 가능성을 간과했다"며 "제 꾀에 제가 넘어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집중 조명을 받던 정부 내 실세에서 다시 야당으로 돌아갈 처지에 놓인 살비니 대표는 자신의 계산이 오판으로 드러나자 "정적들이 나를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으며, 이탈리아 국민은 투표할 권리를 차단당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BBC는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살비니를 저지하려는 공동의 목표에 따라 새 연정을 꾸리려 하고 있으나, 새로운 연정의 지속을 위해서는 특정 인물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는 공통분모를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와 우로 나눠진 기성 정당의 부패와 엘리트주의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10년 전 탄생한 오성운동은 야당 시절이던 작년 3월까지 집권 민주당 정부에 사사건건 반대하면서 민주당과 치열하게 대립해 왔다.
이런 구원(舊怨)을 차치하고라도 두 정당은 철학적 측면에서도 공통점이 희박해 연정 구성에 성공하더라도 장기간 한배를 타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일간 라스탐파의 마우리치오 몰리나리 편집국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민주당은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에 우호적인 전통적 정당인 반면, 오성운동은 (대중의 항의와 분노를 자양분으로 삼는) 서유럽 최대의 포퓰리즘 정당"이라며 "이런 두 세력이 공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몰리나리 국장은 그러면서도 "오성운동이 일부 과격한 성향을 포기하고, 중도적 가치를 끌어안는다면, 또는 민주당 내 급진파들이 소득 불평등과 이민 문제 등에서 좀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한다면 양당의 동거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으로 구성되는 새 연정은 이론상으로는 차기 총선이 예정된 2023년까지 이탈리아를 이끌 수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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