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악 위기감' 반영…파기 환송심도 염두에 둔 듯
국민에 "기회 달라" 호소…'끝없는 수사'에 대한 불만도 감지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005930]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29일 대법원 선고가 끝난 직후 삼성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우려했던 '파기 환송' 판결이 현실화한 데 대한 참담함을 표시하는 동시에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위기 극복과 국가 경제 기여 등을 위해 국민의 성원을 부탁한다는 게 골자였다.
삼성은 2016년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약 3년간 이 부회장의 구속 기소, 1심 실형 판결, 2심 집행유예 판결 등을 맞으면서도 공식적인 입장을 단 한 번도 내놓은 적이 없다.
이날 원하지 않던 결과가 나왔음에도 국민을 상대로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은 예상치 못했던 일로, 재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최종 판결이 나온 시점에서 입장을 내는 게 일반적인데, 삼성은 재판 절차가 남았음에도 머리를 숙였다"면서 "최악의 위기감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선고를 계기로 국민에게 반성의 뜻을 밝히면서 과거 '정경유착' 관행을 인정하고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울러 '참회'와 '다짐'을 거듭한 것은 파기 환송심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삼성에 대한 수사가 무려 3년간 이어지면서 경영진이 잇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 '리더십 마비'의 악순환이 이어진 데 대한 불만 섞인 한탄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실제로 삼성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관계자 소환은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의혹 수사, 이른바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수사, 노조 와해 의혹 수사 등을 잇따라 받아왔다.
가뜩이나 실적 악화와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전쟁 등의 대형 악재에 시달리는 가운데 장기간의 총수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직원들은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는 게 삼성의 하소연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글로벌 IT업계의 격랑을 헤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오너의 비전과 실행력에 직원들의 도전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동력이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아예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라 제대로 맞설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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