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치료 병원 의사 인용 보도…핵추진 미사일 엔진 폭발 추정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에서 이달 초순 발생한 신형 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 이후 현지 민간 병원으로 후송됐던 부상자 3명 가운데 2명은 외상 때문이 아니라 과도한 방사능 피폭으로 숨졌다고 독일 주간 슈피겔을 인용해 러시아 온라인 메체 '뉴스루'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피겔은 부상자들이 후송됐던 아르한겔스크주 주립병원의 한 의사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의사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부상자들을 모스크바로 후송하려 했으나 3명 중 2명은 공항으로 가는 도중 사망했다"면서 "이들이 외상이 아니라 피폭 때문에 숨졌다"고 전했다. 그는 부상자들을 치료한 의사들에게 일부러 물어 확인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의사는 "한 환자의 마이크로 리터(μL) 당 백혈구 수가 2만5천개나 됐다"면서 "μL당 1만개가 최대 허용치임을 고려할 때 엄청난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상자들은 모두 30세나 그 이하의 남성들이었으며 이들은 알몸 상태로 알루미늄 호일에 싸여 실려 왔고 그들의 옷은 비닐봉지에 안에 들어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수술에 앞서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을 때 한 환자의 머리에서 시간당 2만5천 마이크로 뢴트겐(μR) 수준의 베타선이 검출됐었다"면서 높은 방사능 수치 때문에 수술실로 실려 왔던 환자들을 다시 접수실 샤워룸으로 데리고 가 목욕을 시켜야 했다고 상기했다.
이 접수실 샤워룸은 방사능 오염이 너무 심해 이후 병원에 온 군인들에 의해 해체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증언 의사는 이어 의료진이 환자를 치료할 때 어떤 보호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고, 관계자들로부터 환자들이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주의를 듣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이 의사는 군인병원이 아닌 일반 민간 병원으로 방사능 피폭 환자를 데리고 온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국방부 고위인사가 주지사, 병원 지도부 등과 의논해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 지역 '뇨녹사' 훈련장에서 러시아 국방부와 원자력공사(로스아톰)가 함께 시험하던 신형 미사일 엔진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국방부 직원과 로스아톰 소속 과학자 등 7명이 사망하고 또 다른 군인 3명과 로스아톰 소속 과학자 3명 등 6명은 다양한 수준의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기상·환경감시청은 미사일 엔진 폭발로 사고 당일인 8일 정오께 방사성 물질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고 훈련장 인근 도시 세베로드빈스크의 방사능 수준이 한동안 평소의 16배까지 올라갔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이 군사기밀을 이유로 폭발 사고의 진상에 대해 상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형 미사일에 장착될 핵 추진 엔진을 시험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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