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외부감사법 영향으로 소속 회계사 늘리기에 치열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새 외부감사법에 의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 시행으로 회계사 수요가 크게 늘면서 회계사 몸값이 껑충 뛰었다.
당국에 신고하는 기준일에 맞춰 회계사 수를 늘리려는 회계법인 간 머리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일반기업 취업자를 비롯해 '휴업'한 것으로 분류되는 회계사 비율도 줄고 있다.
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한 대형 회계법인이 매년 8월 초에 주던 성과급 지급을 늦춰 직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직이 흔한 회계사들은 성과급을 받고서 퇴사하는 사례가 많은데 오는 11월 시행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앞두고 회계법인이 소속 회계사의 퇴사를 늦추게 하려고 성과급 지급일을 늦추는 '꼼수'를 동원했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또 다른 대형 회계법인은 최근 경력자를 대거 채용하면서 그동안은 대체로 지원자의 사정에 맞춰 조정해온 입사일을 최대한 지난달 26일로 맞추도록 했는데, 이 역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상장사와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사가 6년간 감사인을 자유 선임했으면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해주는 감사인을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제도다.
감사인 지정은 감사를 받는 기업과 회계법인을 자산규모와 회계사 수 등을 토대로 분류해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회계법인들은 8월 30일 기준으로 회계사 수와 경력 등을 기재한 신고서류를 당국에 내야 한다.
결국 신고 기준일 현재 시점으로 소속 회계사 수를 늘려놓는 게 회계법인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시행 첫해인 이번에는 삼성전자[005930] 등 시가총액 상위 100위권 기업 23개사가 주기적 감사인 지정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뿐만 아니라 새 외부감사법의 영향으로 회계사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 11월부터 시행된 개정 외감법은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의 책임과 기업의 내부회계 관리 의무를 동시에 강화했다.
그만큼 회계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형 회계법인들은 최근 회계사 연봉을 10%가량 인상하는 등 처우 개선에 나섰고 '휴업' 회계사 비중도 줄고 있다.
'빅4'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한 회계사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으로 이직했던 사람들이 다시 회계법인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회계사 연봉이 최근 많이 오른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휴업 회계사는 7천456명으로 전체 회계사(2만916명)의 35.65%로 집계됐다.
휴업 회계사는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회계법인 등에서 회계업무를 맡고 있지 않아 공인회계사회에 휴업 신고를 낸 인력으로, 일반 기업 등에 취업한 경우가 많다.
휴업 회계사 비율은 2009년 7월 30.16%에서 2017년 7월 36.41%까지 올랐다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chom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