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유엔이 '보스니아 내전'(1992∼1995년) 당시 군인에게 성폭행 피해를 본 여성들에 대해 보스니아 정부가 직접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고문 금지 특별위원회는 내전이 한창이던 1993년 세르비아계 군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무슬림 여성의 피해 사례를 다루면서 이달 초 이같이 명령했다.
가해 군인은 전쟁이 끝난 뒤 기소돼 1만5천유로(현재 환율로 약 2천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으나, 돈이 없다고 버티면서 문제 해결이 요원해진 상태였다.
이에 유엔 특별위원회는 보스니아 정부가 유엔 고문 금지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해당 피해자에 직접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또 다른 피해자들을 위한 종합적인 배상 계획을 마련하는 한편 이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신속하고 적절한 의료적·심리적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5년 채택된 고문 금지 협약은 어떤 경우에도 정보 입수 또는 자백을 받기 위해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가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유엔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 2만여명의 여성이 성범죄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쟁 피해자에 사법 지원을 제공하는 비정부기구 '트라이얼 인터내셔널'(Trial International)은 "이번 결정은 고문 금지 특별위원회가 전쟁 중 성폭력 범죄에 대해 내린 최초의 사례"라면서 "보스니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의미가 큰 혁명적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특별위원회는 아울러 "피해자 인권 보호와 피해 배상을 가로막는 과도한 장벽"이라고 지적하며 보스니아 내전 전범에 대한 공소시효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1992년부터 3년간 이어진 보스니아 내전은 보스니아계와 크로아티아계가 유고 연방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선언하자 보스니아 인구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던 세르비아계가 이에 반발하면서 '인종 청소'에 이르는 참혹한 내전이 발발했다.
서방의 개입으로 1995년 내전이 종결됐으나 전쟁 와중에 1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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