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란 등 문제서 트럼프와 불협화음…입지 약화
"하노이 정상회담 막판 결렬 등 영향력 여전히 보유" 반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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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북한 문제 등 외교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걸어온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아프가니스탄 평화 협상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거듭 불협화음을 낸 결과라는 분석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중요 외교·안보 정책에서 그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복수의 미 행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볼턴은 지난 16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 아프간 철군 관련 회의에 볼턴 보좌관이 초청받지 못했다.
여름 휴가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을 불러 아프간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 등도 참석했다.
그러나 애초 초청자 명단에 없던 볼턴 보좌관 측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에게 항의해 뒤늦게 회의에 합류했다고 WP는 전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아프간 철군에 반대하는 볼턴 측이 논의 내용을 유출할 것을 우려해 초청하지 않았던 것이라면서 "그(볼턴)의 팀은 분실과 유출이 잦다는 평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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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보좌관은 최근 아프간 평화협상을 담당하는 할릴자드 특사에게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초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릴자드 특사는 협정 초안을 다른 고위 당국자가 동석한 가운데 열람만 하고 반출은 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이에 볼턴이 격분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당국자는 할릴자드 특사가 볼턴 보좌관에게 초안을 전달했다면서 갈등설을 일축했다.
WP는 이처럼 볼턴이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상에서 배제된 상황은 아프간 철군, 북한 비핵화 협상,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등을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그의 입지와 영향력에 의문부호를 남겼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 당국자는 "NSC 보좌관(볼턴)이 관여하지 않은 많은 수준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을 옹호하는 이들은 그가 올해 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막판에 결렬되는 데 역할을 하는 등 여전히 주요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순간을 잡아내고 있다고 강조한다.
당국자들은 볼턴이 당시 논의되고 있었던 북한과의 부분적 비핵화 합의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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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탈레반은 지난 22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아프간 전쟁 종식을 위한 9차 평화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9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을 "8천600명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미군 1만4천명이 주둔하며 아프간 정부군 훈련 지원과 대테러 작전 등을 수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탈레반과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지만, 아프간 철군과 관련한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수일 내에 아프간 평화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망되며,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관계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망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국제안보 전문가 톰 라이트는 "그(볼턴)는 오랫동안 자신이 대통령의 옹호자이고, 그(트럼프)의 비전을 완성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말해왔다"면서 이런 두 가지 명제가 상당 기간 양립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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