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美 핵합의 탈퇴 뒤 유럽 수수방관"…유럽 압박
이란 외무차관 2일 프랑스 급파…실무 논의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마무드 바에지 이란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5∼26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했으며 이 안이 이란에 전달됐다고 1일(현지시간) 말했다.
바에지 실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프랑스가 이란에 핵합의 유지 방안을 2주 전 제안했고 G7 정상회의에서도 이 안이 상당 부분 합의됐다"라며 "프랑스를 통해 전달된 이 안 가운데 이란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을 수정해 회신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 외무장관이 어제도 프랑스 측과 이를 논의했고 일부 내용이 개선됐다"며 "양측이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바에지 실장은 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밤 2시간 여간 전화로 프랑스의 제안을 놓고 통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의 전화통화 직후 이란은 압바스 아락치 외무차관을 2일 프랑스로 급파한다고 언급, 실무 단계까지 논의가 진전됐다는 점을 시사했다.
1일 이란 대통령실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미국이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유럽은 핵합의를 지키기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사태를 수수방관했다"라고 압박했다.
이어 "유럽이 핵합의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란은 핵합의 이행 수준을 감축하는 3단계 조처를 하겠다"라며 "3단계 조처 역시 유럽의 대응에 따라 가역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한 지 1년이 되는 5월 8일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1단계 조처로 농축 우라늄(우라늄 동위원소 기준 202.8㎏. 육불화 우라늄 기준 300㎏)과 중수의 저장 한도를 넘기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실행했다.
1단계 조처 이후 60일이 지난 7월 7일에는 2단계 조처로 우라늄을 농도 상한(3.67%) 이상으로 농축하겠다고 발표했고, 이튿날 4.5%까지 농축도를 올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달 30일 낸 보고서에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 저장량이 241.6㎏(육불화 우라늄 환산 357.4㎏)으로 한도량을 약 39㎏ 초과했고 농도는 4.5%로 유지했다는 분기 보고서를 냈다.
앞서 이란은 이달 5일까지 유럽 측이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재개하면 핵합의에 다시 복귀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핵합의를 더 이행하지 않는 3단계 조처를 시작한다고 예고했다.
3단계 조처에는 농축 우라늄의 농도를 핵합의 이전 수준인 20%까지 올리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마크롱 대통령에게 "미국이 이란에 대한 모든 제재를 풀어야 향후 대화의 기초가 마련된 것"이라며 '선 해제 후 대화'의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이란의 정상회담의 여건이 조성됐다면서 수주 안으로 성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이번 통화와 관련해 "중동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대화를 통해 상황을 조성하는 현재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라고 평가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