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주권 적용할 것"…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제재해야" 반발
4월 총선 때도 요르단강 서안 합병 취지로 말해 논란…우파 유권자 결집 시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일(현지시간) 총선을 약 2주 앞두고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요르단강 서안의 엘카나 정착촌에서 새 학기 시작을 기념한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여기에서 누구도 몰아내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신의 도움으로 유대인의 주권을 모든 공동체에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전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을 합병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고 해석했다.
또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주권'이 아니라 '유대인의 주권'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강제로 점령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팔레스타인인이 약 270여만명 살고 있으며 유대인 정착촌에는 이스라엘인 40여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유엔은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정착촌을 계속 늘려왔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날 발언은 오는 17일 실시될 이스라엘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선거를 앞두고 보수적 행보로 우파 유권자들을 결집하려는 시도라고 이스라엘 언론이 분석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과 접전을 벌이고 있어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팔레스타인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네타냐후의 발언은 국제질서에 위협이 된다"며 "국제사회는 수십년간 범죄를 저지른 이스라엘을 제재할 책임이 있다"고 적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4월 총선 직전에도 요르단강 서안을 합병하겠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당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주권을 요르단강 서안으로 확대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진행 중이며 그것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쿠드당을 비롯한 우파 정당들은 지난 총선에서 선전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새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실패하면서 5개월 만에 조기총선을 치르게 됐다.
이스라엘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의 합병을 추진할 경우 중동 정세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을 합병하면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이른바 '2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을 세우는 평화안)에 따른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이 사실상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등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펴왔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지난 6월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요르단강 서안과 관련, "특정 조건에서 이스라엘이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를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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