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패싱 논란 속 "트럼프 '국가안보팀 무시' 가속 양상"

입력 2019-09-03 01:17   수정 2019-09-03 03:51

볼턴 패싱 논란 속 "트럼프 '국가안보팀 무시' 가속 양상"
CNN "트럼프, 핵심 국가안보사안 NSC 조언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결정"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주요 외교·안보 현안의 결정 과정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팀 무시'가 가속하는 양상이다. 국가안보팀의 핵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패싱 논란'이 계속되는 것과 맞물려서다.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과 관련, '공식라인'을 통한 의사결정의 절차가 무시된 즉흥적 결정으로 그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2일(현지시간)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미국)의 국가 안보 결정은 신중한 심사숙고를 거쳐 이뤄져 왔다. 과거 대통령들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멤버 간 중요한 논의 사항 및 전체 옵션들에 대한 조언을 조율하기 위해 국가안보보좌관들에 크게 의존해왔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위험하게도 다른 경로를 택해왔다고 보도했다.
CNN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열외'로 배제함으로써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즉흥적이고 '입력'이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당시 이뤄진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때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하지 않고 몽골을 방문했던 것을 발단으로 불거졌던 볼턴 보좌관의 패싱 논란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철군 관련 회의 '배제'를 계기로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아프간 철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뉴저지 베드민스터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 회의 때 관련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정작 볼턴 보좌관은 '호출'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아프간 철군에 반대하는 볼턴 보좌관이 논의 내용을 유출할 수 있다는 것이 '배제' 사유였으며, 결국 볼턴 보좌관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에게 항의해 뒤늦게 회의에 합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CNN은 "핵심 현안들에 대한 볼턴 보좌관과 트럼프 대통령 간 입장차는 잘 알려진 바"라며 볼턴 보좌관이 백악관 입성 전 북한에 선제 타격을 옹호하고 평양과의 외교적 관여에 대해 '경악했다'고 발언했던 점,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선(先) 핵 폐기-후(後)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거론했다 북한 측을 화나게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진화에 나섰던 점 등을 거론했다.
그 외 시리아, 이란 문제에 대한 대응을 놓고도 간극이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아프간 문제를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 평화 협상과 관련해 탈레반이 과연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인지 의심을 하며 외교 정책에 있어 정치적 대응 보다는 군사적 대응을 선호해온' 볼턴 보좌관과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속되는 볼턴 보좌관 '무력화' 행태가 다른 국가 안보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볼턴 보좌관과 마찬가지로 '열외'로 취급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를 표출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간에 대한 충분한 분석과 의견을 전달받지 못한다면 '현실'에 대한 왜곡된 견해나 정치적 우선 사항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와 함께 볼턴 보좌관 배제는 해외 카운터파트들에게 볼턴 보좌관과 상대할 것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거래' 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CNN은 "아프간 이슈가 전면에 부상하기 이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 및 국가 안보팀 상당수를 무시해왔다는 것이 진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NSC와 협의를 안 한 건 아니지만 시리아 문제를 비롯, 핵심 국가 안보 사안에 있어 NSC의 조언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려왔다고 전했다.
CNN은 백악관이 지난달 16일 '아프간 대책회의'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의 스타일과 달리 핵심 국가안보 현안에 대해 팀과 조율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려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후 아프간 특사가 탈레반과 협상을 진행하는 와중에 병력 감축을 발표함으로써 협상 지렛대를 약화하는 순간 백악관의 이러한 환상은 깨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권한이 부여된' 국가안보보좌관이 '권한이 부여된' NSC 절차를 통해 조율했다면 피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 볼턴 보좌관 배제 및 NSC의 권한 약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저 아프간에서 철군하는 데에만 매몰돼 있다는 걸 보여줄 뿐이라고 CNN은 우려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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