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테온 옆에 맥도날드 알루미늄 굴뚝?…伊 정부, 철거 명령

입력 2019-09-03 07:00  

판테온 옆에 맥도날드 알루미늄 굴뚝?…伊 정부, 철거 명령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미국계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가 로마의 유적 바로 옆에 체인점 개점을 준비하는 와중에 고대 로마 유적 주변 경관을 해치는 행위로 또다시 당국의 제지를 당했다.
2일(현지시간) ANSA통신과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 문화재 관리 당국은 1천900년 역사의 유적 판테온(Pantheon) 인근 건물 지붕에 설치된 알루미늄 굴뚝 인가 결정을 철회하고 철거를 명령했다.
맥도날드는 판테온에서 불과 수미터 떨어진 3층짜리 건물 지하 1층과 1층에 450㎡(약 136평) 규모의 체인점 개점을 준비하면서 주변 건축물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알루미늄 굴뚝을 설치해 논란이 됐다.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철제 굴뚝이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주변 경관을 해친다는 것이다.
로마 당국은 애초 맥도날드 측에 건물에 설치된 기존 굴뚝을 사용하라고 요구했으나 맥도날드가 연기가 더 빠르게 퍼져나가게 하려면 불가피하다며 그 위로 알루미늄 굴뚝을 추가 설치했고 이를 그대로 인가했다.
하지만 한 시민의 제보로 이 문제가 공론화하고 논란이 급속히 확산하자, 로마 당국이 기존 인가 결정을 번복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결정 사항은 로마 당국을 대신해 이탈리아 문화 유산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정부의 문화유산부에서 직접 발표했다. 중앙정부에서도 관심을 갖는 비중 있는 사안이라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신규 체인점의 내부 인테리어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최종 영업허가를 기다려온 맥도날드는 알루미늄 굴뚝을 뜯어내고 새로운 건축 방식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달 중으로 예정된 체인점 오픈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맥도날드는 앞서 로마의 고대 유적인 카라칼라 욕장 인근에 800㎡(약 242평) 규모의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체인점을 건립하려다가 로마 당국의 반대로 계획을 접은 바 있다.
맥도널드 체인점이 카라칼라 욕장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강한 반대 여론이 당국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파스타와 피자 등을 지구촌 메뉴로 정착시킨 이탈리아는 음식 문화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자부심이 강한 나라로 손꼽힌다.
1986년 로마 한복판에 있는 스페인광장에 맥도날드 1호점 개점을 놓고 전 국가적인 논쟁이 인 것은 유명한 사례다.
격론 끝에 개점 승인이 떨어지자 이탈리아 전통 음식 문화에 대한 모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2017년 전 세계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맥도날드 체인점이 개장할 때엔 추기경들이 집단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관광객 증가 추세에 맞춰 체인점 수도 매년 꾸준히 늘어 작년 현재 578개가 영업 중이다. 이는 유럽연합(EU) 내에서 독일·프랑스·영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이다. 로마 내에도 40개 이상의 맥도날드 체인점이 운영되고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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