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확대 우려에 예금 인출 나서…주가·페소화 가치는 '반짝' 반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아르헨티나에 다시 자본통제가 시작된 첫날인 2일(현지시간) 은행 앞에는 출금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른 아침부터 수십 명의 고객들이 줄을 선 채 은행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다시 시작된 자본통제가 언제 또 출금 제한으로까지 확대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몰린 이들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했으며 별다른 소동도 없었다고 클라린은 전했다.
전날 아르헨티나 정부는 외환거래 등을 제한하는 칙령을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일부터 연말까지 기업 등은 외화를 매입하거나 송금할 때 중앙은행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수출 기업들은 수출로 번 외화를 즉시 아르헨티나 내에서 내다 팔아야 한다.
개인의 경우 한 달에 1만 달러까지만 달러를 매입하거나 송금할 수 있다.
기업인 출신의 친(親)시장주의자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2015년 당선 이후 전임 좌파 정권의 자본통제 정책을 폐기했는데, 최근 디폴트 위기감이 고조되자 통화 통제 정책을 택한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달 11일 대선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가 승리하면서 좌파 포퓰리즘 귀환과 디폴트 불안감이 고조돼 주가와 페소화 가치가 급락했다.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마크리 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수습하고 10월 대선에서 역전을 노리기 위해 그간의 긴축 정책과 신자유주의 정책을 잇따라 포기한 채 자신이 비판했던 포퓰리즘과 시장통제책을 취하고 있다.
이날부터 시작된 자본통제 조치엔 개인의 달러 출금 제한은 포함돼 있지 않지만, '학습 효과'가 있는 시민들은 미리 행동하는 쪽을 택했다.
아르헨티나에선 지난 1989∼1990년, 2001∼2002년 예금 인출이 제한된 적 있다.
이날 은행 앞에 줄을 선 카탈리나 페다카는 로이터에 "요즘엔 놀랄 만한 일이 많다. 내일 일어나면 또 모든 게 바뀌어 있을 수 있다"며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미리 대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은 클라린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릴 거라고 예상했다. 읽을거리를 가져와서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은 반짝 반등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메르발 지수는 전날보다 6.45% 급등한 26,195.41로 마감했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으로 페소화도 달러당 56.02페소에 거래를 마쳐 5%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
반면 채권 가격은 약세를 지속했고 암시장에선 페소 가치 하락세도 이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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