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500개사 조사…기업들 수출규제 장기화 피해 우려
중소기업은 대응 미비…R&D세액공제·중기 협력체계·규제혁신 주문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일본 기업과 거래하는 우리나라 기업 3분의 2 가량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때문에 일본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하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일본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66.6%가 "일본 기업과 거래 관계에서 신뢰가 약화됐다"고 답했다.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33.4%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본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묻는 질문에 56.0%는 "일본 의존도를 낮춰 협력을 축소하겠다", 44.0%는 "일시적 관계 악화에도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일본 기업은 우수한 품질과 적시에 생산하는 시스템(Just In Time)으로 신뢰가 높았다"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이후 국내 기업들의 이같은 인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절반이 넘는 기업(55.0%)이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면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피해를 예상하는 업종은 관광(87.8%), 반도체(85.4%), 화학(62.7%), 디스플레이(59.0%), 철강(57.4%), 자동차(56.5%) 등 순이었다.
하지만 많은 대일 거래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수출규제를 우리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답이 55.0%에 이르렀다.
기업 규모에 따라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에 큰 차이를 보였다. 대응 계획이 없는 중소기업에 74.0%에 달했다.
대책을 마련했거나 준비 중인 대기업은 4곳 중 3곳(73.0%)인 반면, 중소기업은 4곳 중 1곳(26.0%)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는 '신규 거래처 확보'(46.7%)가 가장 많았고 '기존 거래처와 협력 강화'(20.3%), '재고 확보'(8.6%), '일본 외 지역 개발'(6.6%) 등이 있었다.
기업들은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우선 과제로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37.8%), 대·중소기업 협력체계 구축(32.0%), 규제 혁신(19.4%) 등을 꼽았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규제 개선 과제는 화학물질 등록·관리 등 환경규제, 근로시간 등 노동 규제, 일감 몰아주기 등 내부거래 규제 등이다.
대한상의 박재근 산업조사본부장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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