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검사협회장, '민주인사 체포' 경찰 변명에 "거짓말 말라"

입력 2019-09-03 11:35  

홍콩 검사협회장, '민주인사 체포' 경찰 변명에 "거짓말 말라"
'8·31 집회' 직전 시위 지도부 대규모 검거 비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홍콩 검사들을 대표하는 인물이 경찰의 '거짓말'에 대해 준엄하게 질타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홍콩 검사들의 모임인 법정검사협회의 윌리엄 웡 회장은 전날 테레사 청 홍콩 법무부 장관(율정사 사장)에게 서한을 보내 지난달 30일 경찰의 민주인사 검거를 문제 삼았다.
홍콩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이 예고한 대규모 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홍콩 경찰은 2014년 '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차우, 홍콩 입법회 제레미 탐 의원 등 민주인사 7명을 무더기로 잡아들였다.
이후 민간인권전선은 지난달 31일 집회를 취소했지만, 수십만 명의 홍콩 시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웡 회장은 서한에서 "8월 31일이 매우 민감한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경찰은 30일 저명인사 7명을 체포했다"며 "하지만 언론의 질의에 경찰은 이들의 체포가 8월 31일 집회에 앞서 고의로 이뤄졌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의 말은 믿을 수 없으며, 상식적인 관점에서 볼 때 대중도 이를 믿지 않는다"며 "이것이 재판에서 이슈가 된다면 사리를 아는 어떠한 판사나 배심원도 경찰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도 그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경찰은 그들이 한 행동이 경찰의 진실성에 기반을 둔 홍콩 법률 체계에 장기적으로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모를 것"이라고 질타했다.
웡 회장은 청 법무부 장관에게 홍콩의 법률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직성과 신뢰성의 문제에 대해 경찰에 조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서한의 말미에는 '추신. 우리는 홍콩을 사랑한다. 홍콩이 추락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캐세이퍼시픽에서 일어난 일이 조만간 법무부에 일어날 것이다.'라고 적었다.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은 당초 종업원의 시위 참여를 묵인했으나, 이후 중국 본토 당국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송환법 반대 시위나 총파업에 참여한 조종사, 승무원 등을 잇달아 해고하고 있다.
웡 회장의 지적은 홍콩 법무부 내에서도 이러한 해고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지난달 홍콩 법조계 종사자 3천여 명은 홍콩대법원에서 법무부 건물까지 '침묵 행진'을 하면서 최근 시위 대처 과정에서 사법당국의 행태를 비판했는데, 여기에는 상당수 법무부 직원도 참여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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