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주민들 반발…"바보 같은 짓"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아일랜드를 방문하는 영국 차량은 의무적으로 'GB'(Great Britain)라는 글자가 새겨진 스티커를 차량 뒤쪽에 부착해야 한다고 BBC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는 영국인들이 아일랜드에 차를 몰고 갈 경우 흰색 바탕에 GB라는 글자가 새겨진 타원형의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권고 사항이지만, 브렉시트 후에는 이것이 의무화된다고 영국 정부는 밝혔다.
GB 스티커 부착 의무화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 그레이트 브리튼 섬에 위치한 3개의 나라뿐 아니라, 북아일랜드에도 적용돼 북아일랜드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와 함께 바다 건너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댄 북아일랜드 등 4개국의 연합왕국(United Kingdom·UK)이다.
북아일랜드는 UK의 일원이지만, GB에는 속하지는 않는다.
북아일랜드의 웨스트 밸파스트를 지역구로 하는 신페인당 소속의 폴 마스키 의원은 "차량에 GB 스티커를 붙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영국인이 아닌 아일랜드인이라고 생각하는 북아일랜드의 독립주의자들 역시 소셜미디어 등에 브렉시트 후 GB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는 정부 지침에 이의를 쏟아내고 있다.
북아일랜드 화물운송연합(FTA) 관계자도 영국 정부의 이 같은 지침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트위터에 "북아일랜드에 등록된 119만대의 차량 중 화물운송차와 대형 트레일러를 합하면 16만5천대에 달한다"며 "이 차들이 터무니없는 국경 통과 규정과 불필요한 요식행위를 거쳐야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지침은 영국의 차량이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뿐 아니라 다른 EU 회원국을 방문할 때에도 반드시 GB 스티커를 달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영국을 포함해 EU 회원국 시민은 서로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데, 브렉시트 이후에는 양측의 국경 통행 시 어느 정도의 불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매달 차량 통행이 190만대에 이르는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 국경에서 큰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이 국경이 입국심사와 세관, 검역 등 국경 절차를 모두 수행하는 정식 국경, 즉 '하드 보더'로 운영된다면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와 EU는 마라톤협상을 거쳐 하드 보더를 피하는 '안전장치'(백스톱·backstop)를 적용하기로 합의했으나, 이 합의문은 영국 의회에서 3차례나 퇴짜를 맞았고 결국 메이 총리도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보리스 존슨 총리를 비롯한 영국 내 브렉시트 강경파는 브렉시트 합의안의 핵심쟁점인 백스톱 폐기와 브렉시트 합의문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EU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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