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중국 외교관들이 친홍콩 집회 방해"…中대사 초치(종합)

입력 2019-09-03 17:20  

리투아니아 "중국 외교관들이 친홍콩 집회 방해"…中대사 초치(종합)
"외교관의 선을 넘었다"며 강력 항의…중국은 부인



(홍콩·베이징=연합뉴스) 안승섭 김윤구 특파원 = 리투아니아에서 중국 외교관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를 방해하는 데 직접 개입했다고 리투아니아 외교부가 밝혔다.
리나스 린케비치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선즈페이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중국 대사관 직원들이 "외교관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고 항의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3일 보도했다.
지난달 23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수백 명의 리투아니아인은 같은 날 홍콩에서 일어난 '홍콩의 길' 시위에 연대해 인간 띠를 만들었다. 범죄자 본토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인들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중국인들이 나타나 인간 띠 시위를 방해하면서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중국 외교관들이 이들의 행동을 지휘했다는 것이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의 설명이다.
리투아니아 외교부는 선즈페이 대사에게 전달한 외교 문서에서 "우리는 중국 대사관 직원들이 당시 중국인들이 한 불법 행동에 관여했다는 것에 대해 개탄하고 반대한다"며 이러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린케비치우스 외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외교관들이 선을 넘었다며 "그들은 시위를 지켜볼 수는 있지만, 시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관은 공공질서를 방해하고 리투아니아 법에 어긋나는 이러한 행동이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인간 띠 시위를 방해했던 중국인 2명은 공공질서 방해 혐의로 15유로의 벌금형을 받았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 주민 200만 명은 1989년 8월 23일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며 총연장 600㎞의 인간 띠 '발트의 길'을 만들었는데, 지난달 23일 홍콩인 21만 명은 이것을 본떠 60㎞의 '홍콩의 길'을 만들었다.
중국 정부는 외교관의 집회 방해 사실을 부인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외교관은 전적으로 빈 협약에 따라 직무를 다하고 있으며 현지 법을 위반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해외 곳곳에서 홍콩 지지 집회를 방해하는 것에 대해 "해외의 중국인들이 홍콩의 폭력과 국가 분열 행위에 분개하고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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