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위기에 날개 단 대만 차이잉원…여론조사 선두 탈환

입력 2019-09-03 16:15   수정 2019-09-03 16:17

홍콩 위기에 날개 단 대만 차이잉원…여론조사 선두 탈환
'중국 위협' 부각하며 차기 대선 '민주주의 수호전' 규정
국민당 경선 패배 후 출마 저울질하던 궈타이밍 돌풍 약해져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내년 1월 대만 대선이 넉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선을 노리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모든 대결 구도에서 승리를 거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3일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뎬퉁(典通)이 빈과일보 의뢰로 대만 성인 1천79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98%포인트)한 결과 양자·다자 구도에서 모두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인 차이 총통이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집권 민진당의 후보인 차이 총통과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후보 외에 궈타이밍(郭台銘) 전 훙하이정밀공업 회장이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臺北)시 시장의 지원 하에 대선에 나선다는 가정하에서 응답자의 30.7%가 차이 총통을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궈타이밍과 커원저 연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28.1%, 한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24.1%였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궈타이밍과 커원저 연맹' 지지율이 불과 일주일 만에 크게 떨어진 점이다.
지난달 26일 빈과일보의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궈타이밍과 커원저 연맹'이 35%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렸고 차이 총통과 한 후보는 각각 24%와 24.2%를 얻었다.
최근 민진당과 국민당 중심의 양당 정치에 반감을 품은 이들의 관심이 급속히 궈 전 회장과 커 시장에게 쏠렸지만 차이 총통이 빠르게 전세를 역전시킨 것이다.
대만에서는 국민당 경선에서 한 후보에게 패한 궈 전 회장이 고학력 중산층에서 인기가 높은 커 시장과 손잡고 대선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궈 전 회장 본인 역시 '경선 결과 불복' 문제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여론의 향배를 살피고 있다.
차이 총통과 한 후보의 양자 구도에서는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민진당과 국민당 두 당 후보만 놓고 선택할 때 응답자의 43.7%가 차이 총통을 선택했다. 한 후보를 지지한 이는 31.0%에 불과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민진당이 작년 11월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에 대패하면서 차이 총통은 민진당 주석 자리에서 내려오는 등 정치적으로 재기가 어려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중국이 올해 들어 '무력통일 불사' 메시지를 노골화하는 등 군사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려 대만에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진 가운데 차이 총통은 '민주주의 수호자' 이미지를 앞세워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대만의 한 대학교수는 "대만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차이잉원 지지율 회복의 일등 공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이 통상 분야에서부터 국방·외교·기술·인권 등 전방위적인 갈등 국면에 휩싸인 가운데 미국이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에 F-16V 등 대량 무기 판매를 결정하는 등 적극적인 대만 지지 움직임을 보이는 것 역시 차이 총통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홍콩의 정치적 위기가 커지면서 차이 총통에게는 더욱 유리한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소속의 차이 총통은 홍콩의 정치적 위기가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이라면서 중국 본토와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나아가 차이 총통은 민주화 확대를 요구하는 홍콩 시위를 공개적으로 강력히 지지하면서 정치적 선명성을 부각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국가 안보 조직인 국가안전회의에 홍콩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전담팀을 설치해 사태를 예의주시 중이라면서 '중화민국 대만'은 굳건히 홍콩의 민주와 자유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베이징 당국'이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역사적으로 중국 본토에 뿌리를 둔 국민당 측은 홍콩의 정치적 위기라는 외풍에 휩싸여 뚜렷한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당 일각에서는 한 후보의 낮은 지지율을 문제 삼으며 '후보 교체론'까지 거론하는 등 '자중지란'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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