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상청 발표·언론 지적에도 "거짓 보도" 비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의 이동 경로에 있지도 않은 앨라배마주를 3번이나 피해 예상 지역으로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고 CNN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트위터에서 도리안과 관련해 앨라배마주를 처음 언급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지역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며 "플로리다 외에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가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앨라배마를 피해지역 중 하나로 손꼽은 것이다.
그러나 플로리다와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가 미 남동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것과 달리 앨라배마는 멕시코만에 면한다. 애초에 도리안의 영향권에 있다는 예보도 없었다고 CNN은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 비판론자들은 미국 지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트윗을 올렸을 때 곧바로 대통령의 실수를 지적하는 전문가의 트윗이 잇따랐다.
앨라배마에서 활동하는 기상학자인 제임스 스팬은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댓글을 달아 "앨라배마는 도리안으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오류를 바로잡았다.
또 20분쯤 뒤에는 미 국립기상청(NWS) 앨라배마 버밍엄 지부가 "앨라배마는 도리안의 영향은 없을 것이다. 반복하지만, 앨라배마 전역에 허리케인 도리안의 영향은 없다. 허리케인은 훨씬 동쪽을 지날 것"이라는 안내글을 올렸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의 앨라배마 지목은 멈추지 않았다.
같은 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도리안의 경로가 예상과 약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원래 경로로는 플로리다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보였지만 이제는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노스캐롤라이나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조지아에도 타격을 줄 것 같고, 앨라배마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 같이 보인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플로리다나 조지아, 캐롤라이나와 달리 "앨라배마도 일부 영향이 있다"는 발언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CNN은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시간 뒤 열린 연방재난관리청(FEMA) 브리핑에서도 "앨라배마라고 하는 훌륭한 장소의 일부에도 (도리안이) 도달할 것 같다"면서 또다시 앨라배마를 거론했다. "방금 올라온 정보"라면서 앨라배마에 "불행히도 최소한 매우 강한 바람이나 그 이상의 것이 있을 수 있다"라고도 했다.
다음날 일부 매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앨라배마 발언'을 지적하는 보도를 내보내자 트럼프 대통령은 발끈하며 트위터에 자신의 말이 옳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ABC 방송의 백악관 출입기자인 존 칼이 2일 '월드 뉴스 투나잇'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실수를 보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해당 기자를 지목하며 "별 볼 일 없는 기자의 이런 거짓된 허리케인 보도"라며 비아냥댔다.
또 "내가 어제 FEMA에서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와 심지어 앨라배마도 (도리안)의 영향권에 있다고 했는데 이 말은 사실이다. 그들(언론)이 이걸로 유난을 떠는데 원래 예상 경로에는 앨라배마가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그리고 준비해서 나쁠 게 없다"고 주장했다.
CNN방송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FEMA 브리핑에서 "방금 올라온 정보"라며 앨라배마의 피해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모순된다고 꼬집었다.
앨라배마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압승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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