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79%로 압도적…오성운동 대표 "정국 위기 종결" 선언
콘테, 연정 출범 공식화할듯…살비니 "연정 오래 못가" 혹평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 간 새로운 '좌파 포퓰리즘' 연립 정부 출범이 한 발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오성운동은 3일(현지시간) 실시된 연정안에 대한 온라인 당원 투표에서 79%가 찬성해 연정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투표엔 전체 당원 11만7천194명 가운데 7만9천634명이 참가해 67.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집계 결과 6만3천146명(79.3%)이 연정안에 찬성표를 던져 반대(1만6천488명·20.7%)를 압도했다. 예상보다 큰 표차였다.
전날 한 언론이 공개한 오성운동 당원 여론조사에선 찬성 51%, 반대 40%로 나타난 바 있다.
현지 정가에서는 오성운동의 기존 당원들 사이에 '부패 엘리트 정당의 원조'로 인식돼온 민주당과의 연정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부정적인 기류가 있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당원들 역시 패배가 명약관화한 조기 총선보다는 오랜 '견원지간'인 민주당과의 연정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당의 정책 협상 과정에서 오성운동의 정책 공약이 대거 수용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새 연정의 최대 고비로 인식되던 오성운동 당원 투표 문턱을 가뿐히 넘어서면서 오성운동과 민주당을 양대 축으로 하는 차기 내각 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오게 됐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투표 결과가 공개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의 연정 위기는 한 달도 안 돼 끝났다"고 선언했다.
극우 정당 동맹과의 지난 연정에서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을 지낸 디 마이오 대표는 "우리는 이제 새 연정 출범을 위한 마지막 발걸음을 옮길 것"이라면서 "새 정부는 좌파 또는 우파 정부가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전날 ▲ 재정적자 확대 없는 확장적 경제 정책 기조 유지 ▲ 강경 난민 정책 완화 ▲ 빈곤층에 치명적인 부가가치세 인상 폐지 ▲ 최저임금제 도입 ▲ 살기 좋은 로마 조성 등을 뼈대로 하는 차기 내각 정책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오성운동이 내세운 정책 공약 20개가 전부 반영됐다고 한다.
차기 내각의 수장으로 추대된 주세페 콘테 총리는 이날 밤 또는 4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오성운동 당원 투표 결과를 포함한 연정 협상의 결과를 보고하고 새 연정 출범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새 연정 출범까지는 의회 신임 투표라는 관문이 남아있지만, 상원과 하원 모두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합계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달 1년 2개월간 이어진 오성운동과의 연정 붕괴를 선언하며 정국 위기를 초래한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오성운동 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트위터에 "자리 나눠먹기식 연정의 생명은 짧다. 그들이 총선에서 영원히 도망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살비니는 새 연정이 출범하면 부총리 겸 내무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되고 동맹 역시 집권 여당에서 야당으로 추락하게 된다.
강경 난민 정책을 주도하며 최근 몇 달 간 인기가 급상승한 살비니는 조기 총선을 통해 동맹을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만들고 총리직에 앉으려는 야망을 키웠으나 결국 지나친 권력욕의 덫에 걸려 스스로 정치 생명을 위기로 몰아넣고 말았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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