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휩쓴 지역에 부서진 건물 잔해…"세상의 종말 같다"
공항·병원 등 물에 잠겨 구호작업도 차질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카리브해 섬나라 바하마가 허리케인 도리안의 '공습'에 초토화했다.
피해 상황이 본격적으로 집계되면 사상자 규모도 늘어나고 주택과 도로 파손 등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3일(현지시간) 마빈 데임스 바하마 국가안보장관은 현지 기자들에게 "엄청난 규모의 위기"라며 "아마도 우리 인생에서 겪는 최악의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CNN은 도리안이 바하마에 "유례없는 규모의 파괴"를 가져왔다며 그레이트아바코섬 상공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찍은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영상 속에는 건물과 차 등이 형태를 알 수 없이 처참하게 부서진 채 뒤섞여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건물 잔해와 자동차가 물에 둥둥 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헬기로 아바코섬을 둘러본 지역 구조단체의 리아 헤드-릭비는 AP통신에 "완전히 파괴됐다. 세상의 종말 같다.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보인다"고 표현했다.
그는 "원래 있던 것을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리케인 도리안은 지난 1일 최고등급인 5등급 위력을 지난 채 바하마에 상륙한 후 만 이틀 가까이 바하마를 할퀴고 갔다. 최고 풍속은 시속 297㎞에 달해, 상륙한 대서양 허리케인 중 최강급이었다.
24시간 넘게 그랜드바하마섬 위에 멈춰있던 도리안은 2등급으로 약화한 채 이날 바하마를 떠나 미국 남동부 해안에서 북상하고 있다.
아바코와 그레이트아바코, 그랜드바하마 등은 도리안이 뿌린 80㎝ 넘는 폭우와 강풍, 폭풍해일로 곳곳이 물에 잠기고 처참히 파손됐다.
허리 높이까지 차오른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주민과 구조대원의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속속 전해졌다.
도리안이 오기 전과 후의 그랜드바하마섬을 비교한 위성사진에선 허리케인 전에 건물과 구조물의 윤곽이 보이던 지역이 온통 물에 잠겨 검은색으로 보이기도 했다.
불어난 물에 고립된 사람들의 구조요청이 빗발치고 있지만 바람이 너무 거세거나 물이 너무 깊어서 구조대가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구조 당국은 전했다.
프리포트의 그랜드바하마국제공항 활주로는 물론 주요 병원들도 물에 잠겨 구호 작업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아직 정확한 피해 상황이 집계되진 않았지만 인적·물적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임스 장관은 "불행히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자 중에 어린아이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바하마 정부는 전날까지 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 바하마프레스도 "오늘 오후 아바코 전역에서 시신이 수습되고 있다"며 더 많은 사상자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적십자사는 이번 허리케인으로 바하마 주택 1만3천 채가 파손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바코와 그랜드바하마 전체 주택의 45%에 해당하는 수치인데 이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은 6만 명이 식량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고, 적십자사는 6만2천 명이 깨끗한 식수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하마 전체 인구는 약 40만 명이다.
수도 나소가 위치하고 있어 가장 많은 25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뉴프로비던스섬에도 폭우가 내리고 정전이 발생하긴 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이날 멕시코만에서는 열대성 폭풍 퍼낸드가 새로 발생해 멕시코 동북부 해안에 열대성 폭풍 경보가 내려졌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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