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건설예산 4조3천억원 전용 결정…해당사업 진행 중단될 듯
주말께 목록 공개…성남 탱고지휘소·군산 무인기격납고 사업 포함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미국 국방부가 국내외 127개 군사시설 건설 예산 36억 달러(4조3천650억원)를 전용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미 국방부가 주말께 해당 군 시설 목록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경기 성남의 군용 벙커인 탱고 지휘통제소와 전북 군산 공군기지의 무인기 격납고 사업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127개 미군 군사시설 건설 사업을 사실상 폐기함으로써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36억 달러를 풀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는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에 따라 의회 승인 없이 국방예산 66억 달러를 장벽 건설에 전용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예산 전용 결정은 소송으로 비화해 1·2심에서 제동이 걸렸으나, 지난 7월 연방대법원이 대법관 5대4의 결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줘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국방부는 이날 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될 미 국내외 127개 군 시설 사업 목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방부 공보 담당 조너선 호프만은 해당 군사시설이 위치한 지역의 연방 의원들과 해당국 주미대사관에 통보를 마친 뒤, 오는 주말께 명단이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의회가 최근 몇 년 동안 이미 자금을 지원한 127개 군 시설 프로젝트에서 돈을 뺄 계획이다. 36억 달러의 절반은 국내에서, 나머지 절반은 국외에서 수행하려던 프로젝트에서 각각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 3월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후속 조치로 '예산 전용 검토 대상 건설사업 목록'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21쪽 분량인 이 목록에는 미국과 전 세계에서 진행될 총 129억 달러(15조6천115억원) 규모의 건설사업 수백개가 담겼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방부는 이 중에서 127개 사업을 선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3월 국방부의 예산 전용 검토 대상 목록에 포함됐던 한국 소재 군사시설 2곳이 여기에 포함될지 여부다.
지난 3월 목록에는 성남 탱고 지휘소의 지휘 통제 시설과 군산 공군기지 무인기 격납고가 포함됐다. 탱고 지휘소는 한미연합사령부의 군용 벙커로, 전술 핵무기 공격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탱고 지휘소의 경우 2019 회계연도 예산이 1천750만 달러(212억원), 군산 공군기지 격납고의 경우 2018 회계연도 예산이 5천300만 달러(641억원)로 각각 돼 있다.
국방부는 예산이 전용되더라도 의회가 예산을 보충하기로 하고 다시 책정한다면 사업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국방예산 전용에 반대하는 민주당은 해당 사업 예산을 이미 지원했다며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국방예산 전용 결정에 대해 "우리 군대의 삶의 질과 사기를 떨어뜨려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고,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뉴욕, 미국, 전 세계의 군사시설에서 우리 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미 계획된 중요한 사업들을 해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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