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가 알파벳과 페이스북 등 미국 혁신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견해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4일 미국 기관투자자협회가 발표한 차등의결권 도입 상장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경영실적이 상장기업 평균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의 매출은 시장평균의 1.6배, 영업이익은 1.7배, 고용 1.3배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혁신기업 중심의 나스닥 상장사 110개의 성과는 두드러졌다.
매출은 시장평균의 2.9배, 영업이익은 4.5배, 고용 1.8배다.
한경연은 "신산업군에 해당하는 혁신 기술 보유 기업에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이 허용되면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가 가능해 뛰어난 경영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미국 상장사(NYSE, 나스닥) 중 시가총액 약 2천억원(2억달러·6월 기준) 이상 기업 242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산업 분류 별로 보면 커뮤니케이션(57개, 23.5%), 정보기술(40개, 16.5%)이 40%를 차지했다. 커뮤니케이션에는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 등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52개) 기업이 가장 많았다.
정보기술에는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32개, 기술 하드웨어 및 장비 7개, 반도체 장비 1개다. 대표기업은 파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롭박스, IT 역사상 최대의 기업합병을 기록한 기업형 클라우드 델 테크놀로지스 등이 있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 중 76%가 1주에 2개 이상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배수형 차등의결권 방식을 도입했다. 이어 무의결권 방식, 이사회 구성비 결정형 순이다.
배수형 기업 10곳 중 8곳은 1주당 10개를 부여하며, 평균 의결권 수는 1주당 66.4개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경우 일반주 대비 1만배에 이르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주식의 36.5%를 CEO인 워렌 버핏이 소유하고 있다.
한경연 유환익 혁신성장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집중할 때 글로벌 기업들은 혁신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한다"며 "혁신기업 성장의 마중물로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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