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영국 해병대 출신의 남성이 프랑스 몽블랑 정상 부근에 운동기구를 들고 올라갔다가 남겨둔 채 하산해 망신을 당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군에서 9년간 복무 후 전역한 매슈 디즈니(36)는 지난달 31일 프랑스 남서부 몽블랑에서 '도전 과제' 수행에 나섰다.
그의 과제는 무게 26㎏인 '노 젓기 운동 기구'(Rowing machine)를 메고 몽블랑을 걸어서 올라간 뒤, 정상에서 몽블랑 고도(4천418m)에 해당하는 거리만큼 노젓기 운동을 하는 것이었다.
정상을 앞두고 시계가 50m밖에 안 될 정도로 기상 조건이 나빠지자 디즈니는 대피소에 운동기구를 내려놓고 산행을 계속했다.
디즈니는 정상에 도착했지만, 운동기구를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하산해버렸다.
몽블랑이 있는 생제르베레뱅의 장마르크 페이예 시장은 이튿날 공개 서한을 통해 항의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디즈니에게도 비난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다.
페이예 시장은 "이름이 디즈니라는 영국군 해병대원이 정상에서 노 젓기를 하겠다며 몽블랑에 올랐다. 그는 지쳐서 노 젓기 운동기구를 해발 4천362m 대피소에 버렸다"고 말했다.
페이예 시장은 이어 디즈니의 성이 미국의 유명한 놀이공원과 같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성을 보아하니, 그가 몽블랑을 놀이공원으로 착각한 게 아닌가 싶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미친 사람'(wacko) 차단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페이예 시장은 또 운동기구 회수 비용을 파리 주재 영국대사관에 청구할 것이라고 더타임스에 밝혔다. 헬리콥터를 동원한 회수에 1천800유로(약 240만원)가 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디즈니에게 보낸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디즈니 같은 사람들이 '섬에서 나오지 않는' 브렉시트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공개 망신을 당한 디즈니는 대피소에 운동기구를 보관할 충분한 공간이 있었고, 나중에 운동기구를 회수할 계획이었다고 페이예 시장의 '투기'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몽블랑에 앞서 다른 산 13곳에서도 같은 도전 과제를 수행했고 기구를 들고 내려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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