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대표단 일정 때문"…한반도 경색 상황 영향 미친 듯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극동 '동방경제포럼' 프로그램의 하나인 남한과 북한, 러시아 3각 협력 세미나가 무산됐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 경색 상황이 포럼에서의 남·북·러 3자 회동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의 극동연방대학에서 4일(현지시간) 개막한 동방경제포럼에선 오전 프로그램의 하나로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었다.
'러시아, 남북한: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는 남북한과 러시아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반도종단철도(TKR)-시베리아횡단철도(TKR) 연결, 북한 관통 가스관 및 전력선 건설 등의 대형 3각 협력 프로젝트들과 제재 상황에서의 북한과의 인터넷 교역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었다.
지난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위원으로 임명된 러시아의 한반도 전문가 게오르기 톨로라야가 사회를 보고, 러시아 측에선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북극·극동개발부 장관,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차관 등이, 한국 측에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인사가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북한 측은 마지막까지 세미나 주최 측에 구체적 참석자를 통보하진 않았으나 리룡남 내각 부총리와 함께 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리광근 대외경제성 부상이나 김룡호 외무성 유럽1국 부국장 등의 참석이 점쳐졌다.
이들이 아니면 최소한 북한 대표단 실무진이 참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해에도 동방경제포럼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린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세미나에 북한 실무진이 참석했었던 점에 비추어 주최 측은 북한 측 인사의 참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세미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미나 당일인 이날 오전 주최 측은 갑자기 일정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취소 이유론 '대표단 일정 때문'이라고 짧게 밝혔을 뿐 자세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행사장에선 북한 측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확인되면서 러시아 측이 세미나를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2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리룡남 내각 부총리도 이날 포럼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포럼 기간 중 남북한 대표단 인사들이 접촉할 가능성도 작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 대표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지에 도착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리룡남 북한 부총리와 면담하는 등의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로 빠지기 전의 분위기였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남·북·러, 남북한 인사들 간 회동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북미 실무협상 지연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한미 연합훈련 등으로 대화 분위기가 얼어붙은 상황이 동방경제포럼의 관련국 간 회동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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