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주문받아 日서 제품 대량 구입, 포장·배송
구매·배송 대행 서비스도 등장, 싹쓸이 쇼핑 대체할 '제2의 큰손'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기업들이 일본 제품을 대량 구입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되파는 중국인 바이어들을 융숭하게 대접하기 시작했다. SNS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들 중국인은 '소셜 바이어'라고 불린다.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묻지마 쇼핑'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 '소셜 바이어'가 새삼 일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도쿄도(東京都)내에 거주하는 바오팅(寶丁. 24)은 거의 매일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수(小紅書)에 화장품과 영양제 등의 사진을 올린다. 중국내 팔로워는 1천명 남짓이다. SNS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백화점이나 약국에서 상품을 구입해 포장·발송한다. 팔로워에게는 배송료와 상품 구입가격의 10% 정도를 얹어 대금을 청구한다. 많을 때는 월 150만 엔(약 1천700만 원)의 이익을 올린다.
바오와 같은 소셜 바이어를 활용해 중국에서의 판매 확대를 추진하려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에서 열린 '소셜 바이어 엑스포'에는 모리나가(森永)제과와 긴테쓰(近鐵)백화점 등 22개사가 출품했다. 내장객 1천여명은 거의 일본에서 생활하는 중국인 소셜 바이어였다.
유력 화장품 메이커인 판클(FANCL CORPORATION)그룹의 아테니어도 참가했다. "중국에서 팬을 늘리고 싶어 화장품 샘플을 나눠주면서 상품설명을 열심히했다. 전에는 이들 바이어에 대해 실태를 알 수 없고 염가로 팔거나 물건을 빼돌린다는 좋지 않은 이미지가 있었다"(담당자)고 한다.
그러나 SNS에서 상품에 대한 품평이 확산하고 이 품평이 매출로 연결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자 바이어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제품의 특징과 가치를 전파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보기 시작했다. 제품의 지명도를 높여 중국내 판매로 연결하려는 계산에서다.
어스제약은 SNS를 통해 직접 바이어와 연락하면서 대량 주문을 받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구매에만 의지하지 않는 '제2의 전략'으로 삼고 있다.
행사는 국경을 초월한 인터넷 통신판매를 지원하는 트렌드익스프레스가 주최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바이어는 일본 국내에 45만명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바이어를 통한 일본과 중국간 유통액은 연간 수천억 엔(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인터넷 통신판매를 규제하는 중국 법률의 제한 때문에 백화점과 약국 등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일본 국내에서의 면세 매출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렌드익스프레스사는 바이어들을 지원하는 앱을 선보였다. 바이어가 앱으로 상품을 발주하면 이 회사가 중국에 있는 소비자에게 발송해 주는 방식이다. 바이어는 가게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상품을 발송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중국 정부에 관세를 내는 일도 대신해 준다.
바이어의 관세 납부 여부를 걱정하는 기업도 참가하기 쉽게 했다. 트렌드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일본 이외의 다른 외국메이커들도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기업은 안전하고 품질이 좋다는 이른바 '일본 브랜드'의 힘이 있을 동안에 중국 시장을 파고들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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