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벽 가로막힌 英 존슨, '조기 총선' 카드 성공할까

입력 2019-09-04 18:13  

의회 벽 가로막힌 英 존슨, '조기 총선' 카드 성공할까
동의안 내더라도 의회 3분의 2 지지 얻기 쉽지 않아
취임 이후 지지율 상승세에 자신감…변수 많아 과반 장담 어려워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면서 실현 여부와 함께 총선이 어느 당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4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전날 브렉시트(Brexit) 추가 연기를 뼈대로 하는 이른바 유럽연합(탈퇴)법이 하원에서 가결되면 총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직전인 10월 15일 총선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야당 반대에 조기 총선 개최 가능성 미지수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조기 총선은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하원 전체 의석(650석)의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존슨 총리가 내놓은 조기 총선 동의안에 찬성하는 경우가 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유럽연합(탈퇴)법이 가결되면 조기 총선 동의안 표결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날 보수당의 필립 리 의원이 탈당한 뒤 자유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집권 보수당 정부는 하원 과반을 상실한 만큼 존슨 총리가 동의안을 내더라도 야당 협조 없이 통과되기는 어렵다.
노동당은 물론 최근 EU 잔류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있는 자유민주당 역시 조기 총선 자체는 원하고 있다.
다만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조 스위슨 자유민주당 대표는 유럽연합(탈퇴)법이 완전히 통과된 뒤에야 조기 총선을 지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탈퇴)법이 이날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 표결, 여왕 재가 등을 모두 마치기 위해서는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날 조기 총선 동의안 표결이 열리더라도 야당이 반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의회 3분의 2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



고정임기 의회법에 따르면 제1야당인 노동당이 내놓은 정부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하고, 다시 14일 이내에 새로운 정부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는 경우에도 조기 총선이 열리게 된다.
코빈 대표는 그동안 적절한 시점에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만큼 유럽연합(탈퇴)법 입법 절차를 마친 뒤에 이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코빈 대표는 테리사 메이 총리 당시인 지난해 12월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했지만 찬성 306표, 반대 325표로 실패를 경험했다.

◇ 총선 열려도 보수당 과반 달성 장담 어려워…브렉시트당 등 변수
존슨 총리가 조기 총선을 추진하려는 것은 현재 과반에 못 미치는 의석 구조로는 브렉시트를 비롯한 자신의 정책을 강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지난 7월 말 취임 이후부터 EU 탈퇴 지지자들을 하나로 묶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당 지지율이 평균 33% 내외로 상승, 노동당(25%), 자유민주당(18%) 등을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분석기관 '일렉터럴 칼큘러스'(Electoral Calculus)가 이같은 지지율을 의석수로 계산한 결과 보수당이 33.3%의 지지율을 기록하면 하원에서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35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노동당이 25%의 지지율을 얻으면 188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스코틀랜드 지역 59석 중 50석을 차지하고, 자유민주당은 34석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는 존슨 총리 하에 보수당이 브렉시트 강행 전략을 통해 EU 탈퇴 지지자들의 결집을 극대화했을 경우로,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과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기관 '포커스 데이터'(Focus Data)가 간밤에 배포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당은 311석으로 절대 과반(326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현 하원 의석수와 대동소이할 것으로 예측됐다. 노동당 역시 242석으로 의석수가 후퇴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하원의 혼란과 교착상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변수는 브렉시트당과 자유민주당이다.
극우 정치인인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브렉시트당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로 돌풍을 몰고 왔다.
브렉시트당은 여론조사에서 12∼16% 정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EU 탈퇴를 원하는 기존 보수당 지지자들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전략에 실망해 브렉시트당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된다.
패라지 대표는 최근 존슨 총리가 EU와 깨끗이 결별한다면 브렉시트 지지 유권자들의 표가 나뉘지 않도록 브렉시트당이 보수당과 선거 협정을 맺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EU 잔류 지지자들의 표는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에 분산돼 있는데 양당이 선거에서 손을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그대로 선거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변수다.
2017년 메이 총리는 높은 지지율을 토대로 안정적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조기 총선을 밀어붙였지만 오히려 의석수를 잃으면서 패배를 기록한 바 있다.
결국 북아일랜드 기반의 민주연합당(DUP·10석)과 손을 잡으면서 가까스로 정권을 유지하는 수모를 겪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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