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머 주지사, 보건당국에 긴급 조치 발령 지시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에서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된 가운데 미시간 주가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가향(flavored) 전자담배 판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4일(현지시간) AP통신과 현지언론에 따르면 그레첸 위트머 미시간주지사(48·민주)는 이날 "전자담배 업체들이 과일사탕맛 제품과 기만적 광고로 아이들을 니코틴 중독에 빠뜨리고 있다"며 "주 보건 당국에 향이 첨가된 니코틴 베이핑 제품을 금지하기 위한 긴급 조치 발령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위트머 주지사는 "달콤한 향을 첨가해 아이들을 니코틴으로 유혹하고 '전자담배는 안전하다'는 잘못된 주장을 펴온 업체들의 상술은 오늘로 끝"이라며 "전자담배의 잠재적 악영향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시간 주 당국이 수 주 내 구체적 내용을 발표하면 온라인 업체를 비롯한 소매상들은 그날로부터 30일 안에 이를 준수하는 조건을 갖춰야 영업할 수 있다.
또 전자담배를 '순수한', '안전한', '건강한' 등으로 묘사한 광고는 금지된다.
AP통신은 이번 방침이 법정 소송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 주는 작년 11월 가향 전자담배 판매 금지를 추진하다 법적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수용, 규제안을 거둬들인 바 있다.
연방 정부와 각 주 정부는 미성년자에 대한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고등학생 5명 가운데 1명이 "지난 한 달 사이 전자담배를 피운 경험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전자담배가 청소년 사이에 전염병처럼 확산하는 수준"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일부 연구팀은 "전자담배로 인해 니코틴에 중독된 청소년들이 종국에 가연성 담배를 찾게 된다"며 "니코틴은 두뇌 발달을 저해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는 전자담배 흡연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심각한 폐질환 발병이 지난주 현재 25개 주에서 215건 보고됐다고 밝혔다. 미시간 주는 이와 관련 6건의 사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시간 주와 인접한 일리노이 주 보건당국은 지난달, 전자담배를 피우다 심각한 폐질환에 걸린 환자가 사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07년 미국에 처음 소개된 후 빠른 속도로 젊은층을 사로잡은 전자담배와 관련한 첫번째 사망 사례여서 충격을 안겼다.
위트머 주지사의 발표가 나온 후 공중보건 관계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전자담배를 가연성 담배의 대안으로 주장하는 이들은 반발했다.
미국 전자담배흡연자협회(AVA) 그레고리 콘리 회장은 "미시간 주의 수백 개 소매업소가 문을 닫게 될 것이고, 수만 명이 다시 가연성 담배를 피우게 될 것"이라며 "성인들이 흡연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제품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싸움을 적극 지원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자담배 금지 조치가 대규모 암시장을 조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6월 미국 대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모든 전자담배류에 대한 판매와 유통을 금지하기로 하고, 내년 1월 관련 규제를 발효할 예정이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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