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당국 "화재로 수은 15.1∼27.2㎏ 누출"…인근 주민 대피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베트남 하노이 한인 밀집 지역 인근에서 지난달 28일 발생한 형광등 업체 창고 화재로 다량의 수은이 누출돼 사고 현장에서 반경 500m 이내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노이 타인 쑤언구에 있는 형광등 업체 '랑동'의 창고에서 지난달 28일 불이 나 6천㎡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타면서 수은과 중금속 누출 우려가 제기됐다.
수은 증기를 마시면 호흡 곤란, 가슴 통증 등을 느낄 수 있다. 장기간 수은에 노출되면 중추 신경계, 신장, 간, 면역 계통에 영향을 미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5일 베트남넷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천연자원환경부는 전날 랑동 측은 창고화재로 수은 15.1㎏이 누출됐다고 보고했지만, 전문가들은 수은이 27.2㎏이 누출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 화재 현장에서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주민이 수은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창고 내부의 수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의 10∼30배에 달했고, 반경 200m 이내도 경고 수준으로 측정됐다.
또 화재 현장 배수구에서 1㎞ 떨어진 지점의 퇴적물 표본을 조사한 결과, 13개 샘플 가운데 12개 샘플에서 수은 농도가 기준치를 6.1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 다수가 피로와 안구 통증 등을 호소하며 다른 지역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당국은 이에 따라 해당 업체에 화재 현장을 덮고 수은 누출 확산을 최소화하라고 지시하고 화재 현장 주변에 대한 수은 농도를 계속 측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타인 쑤언구 인민위원회(구청)는 지난달 30일 "하노이시 환경·보건당국이 화재 현장 주변의 공기, 물, 토양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반경 1㎞에 대해 발효한 경고를 해제했다.
이 같은 오락가락 발표로 교민의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타인 쑤언구는 한인 밀집 지역인 쭝화구와 접해 있고, R 등 타인 쑤언구에 있는 일부 고층 아파트 단지에도 우리나라 교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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